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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못말리는 ‘공개’ 만능주의

등록 2009-04-15 19:18수정 2009-04-15 23:35

“교육격차 원인파악” 불구 ‘낙인효과’ 등 악영향 우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수능 성적 자료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교육 격차 대책을 세우려면 먼저 지역·학교간 격차 실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학력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다. 오히려 뒤처진 학교에 ‘낙인’만 찍어 서열화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원은 수능 성적 분석 결과 발표에 이어 ‘수능 성적 원자료’ 공개를 요구해 온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이달 말께 자료 열람을 허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능 성적 원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성적 외에, 학교의 성별 유형(남·여·공학 여부)과 설립 유형(공·사립), 계열 정보(일반·전문계), 학력(재학·재수·검정고시) 등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평가원이 내세우는 수능 원자료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능 원자료만으로는 성적 격차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필수적인 정보인 학생의 개인 배경·사교육 현황·학교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수능 자료가 의미를 가지려면 해당 지역과 학생 하나하나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자료 축적이 필수적”이라며 “변인에 대한 분석 없이 결과(성적)만으로 분석을 할 경우 ‘추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적 중심의 정책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도 “이런 식의 정보공개는 되레 성적이 낮은 지역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리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학생들은 성적이 낮은 학교와 지역을 기피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해당 학교와 지역이 더욱 낙후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능 성적 공개로 지역·학교간 성적 차이가 드러남에 따라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평가원은 이날 “평준화 지역 안의 학교간 수능 성적 차이를 알아본 결과, 그 차이가 영역별로 최고 26~42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평준화 체제 아래에서도 학교간 성적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차라리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평가원의 이런 발표는 ‘제 논에 물대기’식 논리라는 지적이 많다. 평가원 자료를 보면, 비평준화 지역을 포함하면 학교간 점수 차이가 최고 57~73점으로, 평준화 지역 학교간 점수 차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비평준화 지역 학교간 점수 차이를 따로 계산하지 않았지만 그 차이가 평준화 지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평준화 지역 안에서도 서울 강남 지역 학교와 낙후 지역 학교를 비교하면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평준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 탓”이라며 “평준화 지역 안에서도 점수 차이가 나는 것은 평준화 정책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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