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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자체 공립학원 보내려 ‘강제 보충수업’

등록 2009-04-28 13:53

지방 초중교, 하교시간 늦춰 문제풀이 ‘달달’
합격생 수로 학교 평가 변질…사교육도 기승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공립학원’을 세우면서 초·중학교 사이에 ‘공립학원 보내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공립학원에서는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은 뒤 학원 강사들을 초빙해 국어·영어·수학·논술 등을 가르친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제 지방에서는 공립학원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냈느냐가 ‘명문 학교’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공립학원 선발 시험에 대비한 사교육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북 고령군 ㄱ초등학교는 최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7~8교시까지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군과 교육청이 지원하는 방과후 학교 예산으로 외부 강사를 불러와 국·영·수 위주의 문제풀이 수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ㄱ초등학교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고령군이 운영하는 공립학원인 ‘대가야교육원’에 한 명이라도 더 합격을 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대가야교육원은 중1~고3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해마다 학년 말에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선발 시험을 치른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해 시험에서 지역 거점학교인 우리 학교는 대가야교육원에 6명밖에 못 보냈는데, 규모가 더 작은 옆 학교는 10여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학교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립학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옥천인재숙’이 있는 전북 순창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ㅅ중학교는 이달부터 1·2학년을 대상으로 밤 9시까지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오후 4시 정규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서 저녁 급식을 먹고 문제풀이 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다. 3학년 때 치르는 공립학원 선발시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우리 지역에서는 인재숙에 못 들어가면 ‘처지는’ 학생 취급을 받다 보니 학교와 학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인재숙에 보내려고 안달할 수밖에 없다”며 “밤 9시까지 국·영·수 세 과목으로만 따로 시간표를 짜기로 했는데, 말이 자율이지 사실상 반강제”라고 말했다.

공립학원 선발시험에 대비한 사교육도 퍼지고 있다. 순창군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키우는 ㅇ아무개씨는 “5학년짜리 큰딸 반에서 50% 이상이 영·수 학원에 다닌다”며 “인재숙이 처음 생긴 2003년 무렵에는 학원들이 모두 망한다고 아우성이더니, 지금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들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립학원인 ‘종합교육회관’이 있는 경남 합천군의 김아무개 교사는 “변변한 학원이 없는 면 지역 학생들이 1시간 걸리는 읍내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대놓고 ‘공립학원 입학 전문’을 내세우는 학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합천군 외에 밀양군(미리벌학습관)과 산청군(우정학사)도 공립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권성계 대변인은 “지자체가 사교육을 없애겠다고 공언하며 앞다퉈 만든 공립학원이 되레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며 “소수의 성적 우수 학생들만을 위해 예산을 쏟아부어 학부모 사이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교교육마저 파행으로 몰고 가는 공립학원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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