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갈아입힌뒤 망신 줘 중고생 인권침해 소지
‘학교 지정’ 겉옷 아니면 압수뒤 안돌려 주기도
‘학교 지정’ 겉옷 아니면 압수뒤 안돌려 주기도
서울 ㅊ중학교 학부모 ㅈ씨는 얼마 전 딸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총회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교장에게서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를 정말 잘한다”며“얼마 전에는 생활지도부장이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아이들을 체육복으로 갈아입게 한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치맛단을 뜯어버렸다”는 ‘자랑’을 들은 것이다. ㅈ씨는 “얼마 전 아이가 찢어진 교복을 들고 와 의아했었다”며 “체육복을 입혔다지만, 치마를 벗기고 아이들 앞에서 뜯어버리는 것을 생활지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중·교고에서 생활지도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짧은 교복과 점퍼 등을 압수한 뒤 돌려주지 않거나 심지어 찢어버리기까지 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쪽은 “학생다운 옷차림을 권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학생·학부모들은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ㅁ중학교 학부모인 ㅇ씨는 지난 3월 딸이 학생부 단속에 걸려 교복을 빼앗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ㅇ씨는 “날씨가 매우 추운 날 교복을 빼앗겨 아이가 얇은 체육복을 입고 집에 왔다”며 “인권 침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ㅇ씨는 “그날 바로 학생부장에게 전화해 사과한 뒤, ‘교복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다시 맞춰 입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 ㅂ고에 다니는 ㄱ군은 ‘학교가 지정한 겉옷’이 아닌 점퍼를 입었다가 생활부장 교사에게 압수를 당했다. 부장교사는 ㄱ군이 ‘앞으론 입지 않을 테니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줄여 입은 교복 바지도 벗으라”며 아이들 앞에서 윽박질렀다. ㄱ군은 “그날 이후 내 점퍼를 선생님이 입고 다녔다”며 “특정 겉옷만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됐지만, 압수한 옷을 입는 선생님 행동에 더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ㅁ중 학생부장은 “짧게 줄인 교복을 돌려주면 또 입을까봐 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ㅂ고 생활부장은 “옷을 압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내가 입은 적도 없고, 바지를 벗으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생활지도는 필요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교복을 찢거나 물품을 압수한 뒤 돌려주지 않는 것은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아이들을 윽박질러 따르게 하는 생활지도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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