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에 리더십 교육
초등생 대상 철학 강좌
초등생 대상 철학 강좌
서울 강남에 사는 김아무개(35)씨는 지난달부터 다섯살짜리 딸 민지(가명)를 ㄹ리더십 학원에 보낸다. 민지가 영어 단어는 줄줄 외우지만, 남들 앞에 서면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이 학원은 미술·놀이수학·영어 등 교육과정은 다른 놀이학원과 비슷하지만 ‘대화식 수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사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자기 주장을 조리있게 말하는 능력과 사회성을 키워 준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지 않냐”며 “값은 한 달에 100만원 남짓으로 영어유치원과 비슷하지만 프로그램은 아이에게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꼭 집어 채워 주는 ‘맞춤형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유·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이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성을 내세우며 기존 학원의 틈새를 공략해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맞춤형’ 내걸고 우후죽순…“세분화일뿐 별차이 없어”
ㅁ어린이철학학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진우(10)의 책꽂이에는 학원에서 정해 준 이번 학기 참고도서가 빼곡히 꽂혀 있다. 진우는 1주일에 한번씩 읽은 책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고 글을 쓴다. 진우 엄마 강아무개(40)씨는 “아이가 공부는 잘하는데 자기 생각이 부족한 것 같아 철학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7살부터 등록할 수 있는데, 5~6명이 함께 수업받는 ‘토론반’과 일대일로 수업하는 ‘대화반’이 개설돼 있다. 정아무개 부원장은 “단순 암기보다는 토론·비판 능력을 중요시하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이야기에 그림을 그려 넣어 그림책을 만드는 ‘글짓기 미술학원’도 등장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ㅂ학원은 아이들이 저마다 짧은 이야기를 짓고 그에 맞는 그림을 곁들여 책을 만드는 과정을 가르친다. 7살짜리 아들을 이 곳에 보낸다는 이수진(38)씨는 “논리력과 작문·미술실력까지 한번에 키울 수 있다고 해 아이를 등록시켰다”며 “특히 길게 보면 논술시험 등에도 유리하다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이 학원은 서울 목동과 송파에도 분원을 열었다.
이밖에 요리를 하며 요리과정을 발표하게 하는 ‘리더십 요리학원’, 운동을 하며 리더십도 키워준다는 ‘스포츠 리더십 학원’ 등도 성업 중이다.
한국리더십센터 김영순 전문위원은 “비슷한 성격의 학원이 영역을 세분화하고 이름을 바꿔서 등장하는 것일 뿐”이라며 “학원보다는 또래집단과의 적절한 어울림이나 부모와 함께 하는 독서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사회성을 키워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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