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ㅅ’공고 학생들이 19일 오후 두발자율을 요구하며 운동장을 향해 하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청소년 인터넷신문 <바이러스>(www.1318virus.net)
[2신] 시위주동학생 교사로부터 몽둥이로 폭행당해…파문확산 두발 자율화를 요구하는 고교생들의 학내 시위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난 19일 서울ㅅ공고 시위에는 2학년 학생 300여명과 일부 1학년 학생들이 5교시 수업이 끝난 뒤 교실 창가에 몰려가 미리 접어둔 종이비행기 수백개를 한꺼번에 운동장을 향해 날렸다. 큰 함성과 함께 날린 종이비행기에는 ‘두발 자유’를 요구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교쪽이 시위 주동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고 주동자로 지목된 2학년 김아무개군은 20일 오전 교사로부터 몽둥이로 20여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학교쪽은 파문이 일자 징계방침을 철회했으며 학생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학생들은 시위의 이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의견을 수렴해 머리지도 규정을 고치라는 지침을 학교에 내려보냈음에도 학교 쪽이 이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머리 길이(0.5~1㎝ 정도 완화)를 정해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머리규정이 매우 엄한 편이었으며 시교육청이 지난 10일 두발개정 지침을 내린 뒤에도 두발단속을 계속해왔다. 학교 관계자는 “앞머리 길이 5~7㎝,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는 ‘스포츠형’ 머리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단속’은 훨씬 엄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머리 단속에 걸리면 벌점 3점, 또다시 걸리면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 7점을 받는다. 벌점 40점이 되면 퇴학 대상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청소년단체 ‘희망’의 김진숙 이사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두발 단속 관련해 징계나 체벌이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학교 현장에서 그렇치 않다는 것이 여실히 밝혀졌다”며 “두발 자율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교육당국과 학교에 엄중히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신] 학생들 수백명 19일 종이비행기 날리며 ‘두발규제 철폐’요구 두발 자율화를 요구하는 고교생들의 촛불시위 뒤 학교쪽의 두발단속 지침에 반발한 학생들의 집단시위가 처음으로 벌어졌다. 청소년 대상 인터넷신문인 <바이러스>(www.1318virus.net)는 “서울 ‘ㅅ’공고 학생들이 19일 오후 두발자율을 요구하며 운동장을 향해 하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는 이날 상당수 학생들이 약 3,4분 동안 “두발규제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끊임없이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운동장 바닥에는 학생들의 염원이 담긴 종이비행기가 하얗게 쌓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운동장에 종이비행기 하얗게 싸여 <바이러스>는 또 “학교쪽이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대의원들(학생대표)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일을 주도한 학생 8명을 퇴학시키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뒤 <바이러스> 게시판에는 ‘ㅅ’공고 학생들로 여겨지는 누리꾼들이 “비행기 한번 날렸다고 퇴학시키려고 한다.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소년단체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희망)은 ‘ㅅ’공고 학생들의 시위와 관련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교사가 두발 길이를 0.5㎝ ~ 1㎝ 더 기를 수 있도록 두발 규제를 완화하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은 이 학교에서 2주전에도 두발 자유를 요구하는 스프레이시위가 있었으며 지난 98년에도 한 학생이 두발 문제로 교사에게 가혹행위에 가까운 처벌을 당해 전교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학교쪽 “징계 사실무근, 학생들 여론조사 수렴해 학운위서 개정할 것” 그러나, 학교쪽은 “시위주동 학생들의 징계방침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김아무개 학생부장은 20일 “21일 학급회의 시간에 두발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학생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었다”며 “일정이 맞지 않아 설문 시기가 늦어졌지만 학교가 두발규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동자를) 찾아내 선도위원회를 열어 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을 했을 뿐 퇴학시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 ㅂ아무개 교장은 2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생회 간부와 선도부 회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8명 학생들을 퇴학조처하겠다는 것은 오늘 아침 처음 들었다”며 “전혀 사실무근이고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ㅂ 교장은 “빠른 시일 안에 두발 규제와 관련해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학부모 의견도 수렴해 지침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ㅂ 교장은 “학생들의 의견만으로 학교방침을 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교복도 자율화했다가 다시 입고 있지 않느냐. 학부모들은 두발 단속을 더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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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의 두발지도 개정지침 실효성 있나?
“학생 의견수렴 시늉만, 사립학교는 해당사항 없다?” 제보 잇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생들이 두발 규제에 대한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10일 두발지도 개정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렸다. 이 지침을 보면 단위 학교별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두발 자율화 여부 및 규제의 범위와 지도 방법등을 정해 시행하되, 학생들의 인격적 손상을 주는 지도방법은 지양하도록 했다. 또 교육청 지침에는 일선학교의 두발관련 규정은 학생회에서 충분히 토론해 제정안을 마련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할 때 학생대표가 참관인으로 참여해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ㅅ’공고의 사례처럼 일선 학교에서 두발규제가 여전히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해 파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희망’의 연미림 간사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이 내려간 뒤 일선 학교 학생들이 ‘학교 당국이 파행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 간사는 “‘학생회장과 부회장만 불러 의견을 수렴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했다’거나 ‘사립학교니까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공고문을 붙였다’, ‘의견수렴을 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3~5cm만 기르는 것으로 하겠다’ 등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학교 일방통행, 종이비행기 시위 이어질 수도
교육청 “지침 어기면 필요한 조치 취할 것” ‘ㅅ’공고 시위를 보도한 <바이러스>의 윤수근 편집국장은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들과 협의해 두발규제를 하도록 지침을 내렸으나 실제 시행한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학교가 기존 두발규제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뒤 행정적 보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편집장은 “이런 식으로 두발규제 지침이 개정된다면 학생들의 종이 비행기 시위는 잇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이 두발지도 개정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서울시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ㅅ’공고 상황은 더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징계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담당 장학관은 교육청 두발관련 지침과 관련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현행규정에 만족하거나 학부모 등이 참석하는 학교운영위에서 학생들이 제시한 안이 부결되면 개정되지 않을 수 있다”며 “새로운 지침에 따라 일선학교가 절차를 밟고 개정이 되면 올려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장학관은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침이 특별히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일선 학교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청 지침을 어기는) 구체적인 사례가 파악되면 내용을 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두발 관련 지침을 학교가 의무적으로 개정할 필요는 없으나 지침을 무시하거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개정에는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한겨레> 박종찬 김남일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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