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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도덕 우월주의로 위기…경쟁교육 견제로 활로를”

등록 2009-05-22 14:24수정 2009-05-22 14:31

전교조 소속 20~50대 교사들이 20일 저녁 한겨레신문사에서 방담을 하기 전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현, 김효곤, 권종현, 이영경 교사.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전교조 소속 20~50대 교사들이 20일 저녁 한겨레신문사에서 방담을 하기 전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현, 김효곤, 권종현, 이영경 교사.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기로에 선 스무살 전교조
② 전교조, 전교조를 말하다

오는 28일 스무 번째 생일을 맞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자축’보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더 많이 느껴진다. <한겨레>는 지난 20일 20대부터 50대까지의 전교조 조합원 4명을 한자리에 모아, 전교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들은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 스스로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졌던 것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교조는 여전히 교육의 희망”이라고 자긍심을 밝혔다. 이 방담에는 김효곤(53·서울 개포고·1989년 해직교사 출신), 권종현(40·서울 우신고), 이영경(36·경기 시흥시 진말초), 박기현(28·경기 안성시 광선초) 교사가 참여했다.

20대 박기현 교사
IMF 뒤 타직종보다 안정
모든걸 집단이기주의 몰아

■ 비타협적인 투쟁으론 국민 지지 못 얻어

김효곤(이하 김) 2003년 충남 예산에서 여교사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교장에 대해 전교조가 문제제기를 하고 그 교장이 자살하면서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일이 전교조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첫 번째 계기였던 것 같다. 그 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 도입 논란 때 몇 차례 연가투쟁을 벌인 게 결정적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했는데, 그 당시 강경파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타협을 하지 않았다. 네이스 문제는 그렇게 오래 끌면서 투쟁할 일이 아니었다.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 출혈이 많았다.


권종현(이하 권) 전교조는 그동안 너무 원칙과 정의만을 외치며 논리적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전교조의 정의이고 원칙이다. 전교조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해도 때로는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 교원평가가 대표적이다. 우리 가족들과 얘기해 봐도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꼭 해야 된다”고 말한다. 설득이 안 된다.

박기현(이하 박) 전교조가 사회의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교사 집단은 이제 기득권이 됐다. 아이엠에프(IMF)를 거치면서 사회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급여나 안정성 면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갑자기 올라간 것이다. 그래서 교원평가에 대한 전교조의 반대가 집단이기주의로 비치는 측면이 있는데,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인식하지 못했다.

나도 원칙적으로 정부가 내놓은 교원평가 방안은 반대한다. 하지만 ‘교원평가를 받겠다. 그러나 인사에 연계하는 정부의 방식은 안 된다. 그러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찾아보자’라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100을 다 가질 순 없다. 30을 주고 70을 지키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대안 없는 투쟁 방식도 문제다. 네이스 반대, 7차 교육과정 반대, 일제고사 반대, 학교 자율화 반대, 자립형 사립고 반대…. 이런 식으로 반대 투쟁만 한다. 반대를 하고 나서는 그 대안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30대 이영경 교사
고질적 정파주의 문제 여전
논의구조 열려있는지 의문

■ 내부 소통 부족도 문제

이영경(이하 이) 지난해 교원평가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대변인이 경질된 사건이 있었다. 사실 대변인이 ‘이런 의견도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전교조 내부에서 교원평가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활발하다는 증거인데, 이를 외부에 좋은 방식으로 알리지 못하고 대변인을 경질함으로써 ‘소통 부족’이라는 이미지를 줬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때도 일반 조합원들이 모여 이 문제의 처리 방식을 논의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지해야 했다. 일반 조합원들은 이 문제의 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왜 논의구조가 열려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전교조가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기보다는 조직이 너무 비대해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듯하다. 신속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논의해서 빨리 징계하고 마무리지었어야 했다. 대의원대회, 중앙집행위원회 등 회의를 너무 많이 한다. 매번 수십 시간씩 회의를 하니 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기현, 이영경, 권종현, 김효곤 교사(왼쪽부터)
박기현, 이영경, 권종현, 김효곤 교사(왼쪽부터)

40대 권종현 교사
성폭력 문제 처리 어정쩡
회의는 많고 결정은 늦어

■ 고질적인 정파주의가 조직 동력 감소시켜

7만~8만명에 이르는 조합원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이 더 문제다. 정파적으로 꼬아서 사건을 바라보니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집행부의 정파가 바뀌면, 그간의 공과에 대한 평가까지 다 바뀌는 것 같다. 아까 네이스 반대 투쟁 얘기를 했지만, 아이들의 정보를 신중히 취급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얻은 것이 있다. 그럼에도 집행부가 바뀌면 잘못된 투쟁으로만 몰아간다. 정파에 따라 악의적인 비판을 하면 안 된다. 인터넷에서 모여 특정 정파끼리 이야기하다가, 서로 차이점만 확인하고 정파주의가 불거지고 또 불거지고….

난 아직 초임이지만, 벌써부터 전교조에 정파 간의 갈등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닌데, 인정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전교조는 지금 안팎으로 힘든 상황인데, 참교육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단결해야 한다.

50대 김효곤 교사
교원평가 방안 반대하지만
30 주고 70 지키는 유연성 필요

■ 교육문제에 대한 조직 입장과 현실의 괴리

나는 강남에 있는 고교에서 근무하는데, 입시교육에 대한 요구가 많다. 그래서 전교조 공식 입장이 어떻든 어느 정도는 보충수업이나 야간 자율학습도 해야 한다고 본다. 단, 과도한 비용을 걷는 등의 정당하지 않은 일은 거부한다. 다른 동료 전교조 교사들에게도 유연성을 가지라고 권한다. 전교조라는 이름만으로 현실에서 빠져나가긴 힘들다.

전교조 교사들은 권리의식이 강하다. 단체협약에 따라 안 해도 되는 잡무는 과감히 거부한다. 그런데 우리가 거부하면, 그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다른 동료 교사에게 떠넘겨져 안타깝다. 동료들이 가끔 ‘너희 전교조 교사들 때문에 내가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일제고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교조는 이에 반대하면서도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현장 교사들의 고민과 실천에만 맡긴다. 워낙 외부적으로 전교조에 대한 공격이 심하긴 하지만, 전적으로 교사의 결단에 맡기지 말고 조직적으로 어떤 대응을 해야 한다.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시험 봐라, 계기수업 안 된다, 체험학습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너무 과도한 비판은 억울

나는 지금까지 전교조 조합원으로 14년을 살면서, 전교조 교사임을 숨겨본 적이 없다. 전교조 교사들은 남다른 열정과 헌신으로 일하고, 승진에 목매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변화의 걸림돌인 양, 나태한 교사들인 양 평가돼 섭섭하다.

전교조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과연 전교조 교사와 직접 대면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보수 언론에 의해 악의적으로 매도당하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이 크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편하면서 구조조정도 없는 직업’이라는, 교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전교조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전교조가 변화를 거부한다는데,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의 변화다.

나는 이제 교직생활이 10년쯤 남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전교조를 탈퇴할 생각이 없다. 전교조가 잘하면 나의 기쁨으로 여기고, 못하면 나의 실책으로 여기겠다. 전교조가 지금은 힘들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경쟁·성적 지상주의 교육을 견제할 힘과 의무가 결국 전교조에 있는 것 아니겠나. 정리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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