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대입 3불 유지
“고교등급제 시행 등 3불 흔들기 계속될 것”
“고교등급제 시행 등 3불 흔들기 계속될 것”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년에 실시되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도 ‘3불’(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3불 폐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교협이 지난 3월 공개 세미나에서 “3불 정책의 골격은 유지하되,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개선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며 ‘201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서 3불을 삭제할 것을 제안하자, 교육운동 단체들은 “3불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교협이 3불 ‘개선’ 방안으로 제시한 ‘영어와 수식 등이 포함된 다양한 형태의 필답고사’는 곧 본고사를 의미하며,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등에 따른 고교종합평가’는 변형된 형태의 고교등급제가 될 것이 뻔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교협은 그 뒤 전국 대학 입학처 관계자와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두 달여 만인 22일 ‘201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시안을 발표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3불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대교협의 이날 발표로 일단 2011학년도 입시까지는 3불이 유지되겠지만, 대학들의 ‘3불 흔들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나아가 3불 가운데 2불은 이미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지난해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뒤 대학들이 이미 논술고사에 영어 지문과 정답이 있는 수학·과학 문제를 내는 등 ‘본고사형 논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지난해 고려대 수시모집의 특수목적고 우대 논란처럼 주요 대학들이 알게 모르게 변형된 형태의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회장은 “일단 비판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섰지만, 대교협은 앞으로도 여론을 떠보며 끊임없이 ‘3불 폐지’를 시도할 것”이라며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고교별 특성을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고교등급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시안에는 여러 단계에 걸쳐 입학전형을 실시할 경우 1단계 선발 인원은 적정한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학별 입시요강을 발표할 때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은 가능한 한 실질 반영비율을 제시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는 지난해 고려대 수시모집 과정에서 불거진 고교등급제 의혹을 염두에 둔 조처로 보인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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