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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슬은 ‘간들간들’ 옆집 개는 ‘알알알’

등록 2005-05-22 18:43수정 2005-05-22 18:43

국어 책에 ‘흉내 내는 말’을 찾아 보거나 써 보는 공부가 나온다. ‘깡충깡충, 퐁당퐁당, 반짝반짝’ 따위를 다른 말로 바꾸어 보기도 하고 어른들 동시를 읽고 흉내 내는 말을 찾기도 한다. 이런 공부를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머리로 지어내지 않는 것이다. 교실에 앉아서 머리로 궁리해 이런 저런 흉내 내는 말을 지어내는 공부는 모두 가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보거나 들으며 순간으로 와 닿는 감각을 붙잡아 자기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아무래도 ‘토끼는 깡충깡충, 바람은 솔솔, 나비는 훨훨’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교과서에 나온 동시는 그다지 생생하지 못하다.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이런 식이다.

그래서 어른 동시 대신 아이가 쓴 시를 골라서 공부했다.

이슬

풀잎에 모여서

간들간들 웃고 있네.

말강말강한 기 앉아 있네.


(박귀봉/안동 대곡분교 3학년, 1970년)

풀잎에 모여서 간들간들 웃고 있는 말강말강한 이슬!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귀한 표현이다.

이런 공부가 나온 김에 흉내 내는 말을 넣어 글 쓰는 공부를 마음 모아 하고 있다. 시냇물 소리를 ‘고릉고릉고릉’(박상아), ‘조조조’(정예찬), 이렇게 듣기도 하고, 오토바이 소리를 ‘레렁 레렁’(한지유), 덤프트럭 소리를 ‘구구구’(하동균), 이렇게 듣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우리 집 개는 하쓰키다.

울 때 아우아우 소리를 낸다.

내가 오면 우리 개는

뭘 주는가 바라고 해해해 한다.

우리 할머니가 올 때는

아우 아우 하고 설친다.

삼촌하고 나하고 할머니는

하쓰키를 만칠 수 있다.

우리 누나가 올 때는 으르렁 거린다.

옆집 개는

알알알 짖는다.

아주 무섭다.

(하동균/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개 짖는 소리를 ‘알알알’로 들은 동균이. 알알알! 얼마나 새로운 표현인가. 개가 짖는 소리가 무조건 ‘멍멍’이 아니라 ‘아우아우’이기도 하고, ‘해해해’일 때도 있고, 사납게 짖을 때는 ‘알알알’로 들리기도 한다. 맞다, 맞아.

생각으로 적당히 지어내지 않고, 몸소 보고 들은 다음 자기 답게 표현하는 것, 그것은 책이나 교실에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산에서 들에서 골목에서 생생하게 익히는 공부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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