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 사이의 달콤한 화학반응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커플링을 사 달라”고 조르는 게 자연스런 요즘이니까요. ‘화성에서 온 남자 아이’와 ‘금성에서 온 여자 아이’가 건강하게 사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신의진 교수(연세대 의대 정신과)와 이명화 소장(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이 ‘도우미’로 나섭니다.
“여자 애들이 너무 얄미워. 때려 줄 수도 없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볼멘 소리를 한다. 평소 힘이 약한 여자 아이들을 때리는 남자는 비겁하다며 힘주어 가르친 엄마에게 항의를 하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자기를 놀리는데 도저히 말싸움으로는 당할 수 없어 때려 주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했노라고 한다. 남자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들이 흔히 겪는 일일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은 남과 내가 다를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면이 몹시 부족하다. 그 결과 집단 따돌림과 같은 병리적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서로 특성이 많이 다른 남학생과 여학생은 서로 오해하고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성을 가진 친구끼리 동질감을 느끼고 다른 특성을 지닌 집단에게는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사춘기 이전 어린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가 간다. 사실 이렇게 남과 여의 서로 다른 특성으로 인한 오해는 어른이 되어도 계속 된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이성으로서 서로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려서부터 이런 남자와 여자의 다른 부분들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 주느냐 하는 점이다. 아들의 주장은 “여자애들은 말을 빨리 하고 자기들 입장에서만 주장하기 때문에 너무 얄밉다”는 것이다. 사실 여자들이 남자보다 단위 시간당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을 더 잘 설득시키는 성향이 있다. 반면, 남자는 말하는 속도는 늦으나 좀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개인의 차가 크기 때문에 너무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런 남녀의 차이를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를 시키는 것이 좋을까 한동안 고민했다. 결국 티격태격 살아가는 부모를 실례로 들어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냥 설명해서는 너무 추상적 개념이라 이해하기 어려울 같아서. 다행히 평소 엄마, 아빠가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서로 다른 접근을 하는지 정리하게 하고 이런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설명해 주고 나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녀는 서로 발달된 뇌의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여자 아이는 말을 잘하고 남자는 힘이 세다는 식으로 이해한 것 같다.
아들 녀석의 마지막 결론에 지금도 웃음이 난다. 앞으로 여자애들에게 “야, 너 말 좀 천천히 해. 나도 주먹질 안 할 테니까”라고 협상을 하겠단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과 교수 yjshin@yumc.yonsei.ac.kr
아들 녀석의 마지막 결론에 지금도 웃음이 난다. 앞으로 여자애들에게 “야, 너 말 좀 천천히 해. 나도 주먹질 안 할 테니까”라고 협상을 하겠단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과 교수 yjshin@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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