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고양이
비가 온 뒤에 흙바닥에서 꼬물거리는 지렁이. 어른들은 징그럽다고 피하지만 아이들은 거리낌 없다. 손으로 집어들고서는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급기야 집으로 가져온다. 다리도 없이 몸을 웅크렸다 폈다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신기한 듯 입을 헤 벌린 채 방바닥에서 한참을 같이 논다. 이쯤 되면 지렁이는 아이에게 땅속에 사는 환형동물이 아니라 새로운 호기심의 대상이자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친구인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고양이>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코끼리라는 말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책을 한장 한장 넘겨 가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코끼리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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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오는 코끼리인 고양이는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는 먹지 않을 때는 자고, 잠을 안 잘 때는 먹는다. 가끔 운동을 하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집안이 난장판이 되고 만다. 피곤하면 소파는 물론이고 텔레비전 브라운관 위나 탁자 위에서, 심지어 세탁기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변기라고 마련해 준 모래통 안에 들어가서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싸지만, 모래통 밖 화장실 바닥에 떨어지는 똥을 쓰레받기로 담아 모래통에 집어 넣는다. 변기통 물을 코로 빨아들인 뒤 샤워를 하고, 수세미로 발을 닦고 전기청소기로 몸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엉뚱하고 귀여운 짓’도 예사로 한다.
발도 손도 없이 축축한 몸뚱이 하나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지렁이가 신기하듯, 코끼리인 고양이가 하는 온갖 엉뚱하고 우스운 짓들도 새롭고 재미있다. 코끼리를 애완견처럼 집에 두지도 않겠지만 설사 들여놓았다고 해도 어리숙하면서도 엉뚱한 일들을 계속 벌인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인다.
이런 점에서, 대상을 낯설고 새롭게 보는 작가의 눈은 순수하고 천진스러운 아이의 눈과 닮았다. 코끼리를 고양이로 부른다고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상상과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상은 아이들을 자꾸 틀 안에 가두려고 한다. 하지만 갇히고 닫힌 곳에서 새로움과 참신함과 삶의 재미는 설 곳을 잃는다.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엉뚱하게 바라보기’를 자녀와 함께 해 보면 어떨까? 4살 이상. 질 바쉴레 지음. -큰나/9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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