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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간은 언어능력은 타고났다?

등록 2005-05-22 21:13수정 2005-05-22 21:13

 미트 페어런츠 2 - 2004년,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벤 스틸러, 로버트 드 니로, 더스틴 호프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미트 페어런츠 2 - 2004년,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벤 스틸러, 로버트 드 니로, 더스틴 호프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결정적 시기 놓치면 소용없어

이 영화는 뻔한 스토리에 유치한 성적 농담으로 가득하다. 전편과 비교해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속편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마 로버트 드 니로, 더스틴 호프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같은 굵직한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덕분일 것이다.

그렉 퍼커(벤 스틸러)는 예비 장인인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와 자기 부모의 만남이 불안하기만 하다. 고지식한 번즈 집안과 지나치게 개방적인 부모가 서로 호감을 느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렉의 예상대로 두 집안의 만남은 온갖 말썽과 소동으로 이어지고 그렉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게다가 그렉은 잠시 아기를 돌보는 동안 아기에게 그만 ‘애스홀(asshole, 바보같은)’라는 속어를 가르치고 만다. 그렇다면 아기들은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 것일까?

영화에서는 웃음을 주려고 아기가 어쩌다 들은 단어를 태어나서 처음 말하는 것으로 묘사했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 아기들은 말을 하기 전에 옹알이부터 시작한다. 옹알이 단계에서는 ‘아’와 ‘우’ 같은 단순한 모음이나 ‘마’와 ‘바’ 같은 자음의 단순 반복밖에 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모든 아기들의 처음 소리는 비슷하지만 10개월쯤 되면 모국어에 따라 옹알이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6개월 이전 아기들은 어른들보다 다른 나라말을 훨씬 잘 구분해서 들을 수 있는데, 이 능력은 성장하면서 급격히 쇠퇴한다. 이는 여러 언어보다는 모국어를 습득하는 데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아기들이 말을 하는 데는 일반적인 순서가 있다. 제일 먼저 명사를 말하고 동사와 형용사를 말하며 단어, 단문, 복문의 순서를 따른다. 따라서 명사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엄마나 아빠와 같은 단어를 비슷하게 흉내 낸 뒤 말을 하게 되는 것이지 처음 듣는 속어를 먼저 말하지는 않는다.

1950년대 말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세상의 모든 언어가 ‘보편 문법’이라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며 이는 사람이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뇌에 대한 연구와 언어 유전자(FOXP2)의 발견 등 수많은 연구 자료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언어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언어 능력을 타고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냥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1800년대 프랑스 아베롱 지방에서 발견된 ‘늑대소년’ 빅토르는 평생 말을 배웠지만 겨우 두서너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어 이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훈련을 해도 거의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는 6살 전후로 알려져 있는데, 언어 습득을 위해 뇌가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모국어뿐 아니라 외국어도 쉽게 습득한다. 이 때문에 6살 이전에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자칫 모국어 습득을 어렵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이는 나중에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모국어 습득 시기를 놓친 아이는 모국어와 외국어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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