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촌 새도시에 사는 주부 문선희(37·위)씨가 딸 김희연(11·가운데) 지연(10)양과 함께 서울시 홈페이지의 ‘지도서비스’ 코너에서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동네지도 그리기를 해 보고 있다.
가고 싶거나 알고 싶은 곳 위치·정보·환경
인터넷 클릭하면 외우지 않아도 절로 쑥쑥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세대’답게 알고 있는 공간적 범위가 넓다. 미국 프로야구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4번 타자가 누구이고,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 가운데 어느 코스가 봄에도 개장하는지 따위의 정보를 꿰고 있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정작 자기 동네가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어떤 시나 군이 대한민국에서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면서도 독도가 동해안에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학교에서도 지리 부도나 지구의쯤을 활용해 도시나 나라의 위치를 짚어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위치정보시스템, 지도 검색처럼 생활에 많이 쓰이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어려서부터 활용하는 교육적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이란 지도를 컴퓨터로 표시하는 기술로, 지형 정보, 토지 이용 현황, 천연자원 정보, 지하매설물 정보 등 지표·지상·지하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지리정보시스템은 강력한 검색 기능이 지원돼 원하는 위치나 시설, 정보를 곧바로 찾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1㎞ 이내에 범죄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약물 관련 체포 항목을 알아보거나, 학교에서 500m 안에 있는 유해시설의 수와 분포도 파악할 수 있다. 또 인구나 자동자, 주택, 범죄율 등 일정 단위 지역당 통계치가 클릭 한번으로 바로 나타난다. 나아가 인구율 증감, 교통량 변화, 회사 업종의 변화 등 앞으로의 변화 양상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부천 소사고 김대훈 교사는 아이들의 공간지각 능력을 키우는 데 지리정보시스템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지만, 대부분 종이지도로 한번 쓱 보고 지나가는 식으로 피상적이고 2차원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지리정보시스템은 공간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며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리정보시스템은 또한 사물을 여러 시각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동북아시아 지도를 보면서 단순히 한국·중국·일본 등 나라의 위치와 모양만 보는 게 아니라 황사가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까지 영향을 끼치고, 역사적으로 세 나라의 국경이 어떻게 변해 왔고, 인구 분포, 도시 녹화율, 1인당 국민소득, 인터넷 보급률 등은 어떤지를 한꺼번에 파악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 이화여대 성효현 교수(지리교육)는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 살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네에 있는 학교나 동사무소, 도서관, 공원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파출소가 어떤 기준으로 일정 구역마다 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과 각종 정보를 활용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에선 어려서부터 입체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익히게 하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은 단순히 지리공부를 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개발된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국어·수학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출생률 저하에 대한 논설문을 써서 발표할 때, 원고에 연도별 인구 증감 추이나 전국 지역별 인구 분포 등을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어 붙인다면 전달의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나 생활 공간에 대해 그저 막연하게 언급하고 지나가지만, 실제로는 전체 구조와 기능, 흐름 등을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 놓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공간과 정보의 배치 의미를 파악할 때 현실을 제대로 보는 진짜 공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부천 소사고 김대훈 교사는 아이들의 공간지각 능력을 키우는 데 지리정보시스템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지만, 대부분 종이지도로 한번 쓱 보고 지나가는 식으로 피상적이고 2차원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지리정보시스템은 공간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며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리정보시스템은 또한 사물을 여러 시각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동북아시아 지도를 보면서 단순히 한국·중국·일본 등 나라의 위치와 모양만 보는 게 아니라 황사가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까지 영향을 끼치고, 역사적으로 세 나라의 국경이 어떻게 변해 왔고, 인구 분포, 도시 녹화율, 1인당 국민소득, 인터넷 보급률 등은 어떤지를 한꺼번에 파악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 이화여대 성효현 교수(지리교육)는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 살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네에 있는 학교나 동사무소, 도서관, 공원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파출소가 어떤 기준으로 일정 구역마다 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과 각종 정보를 활용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에선 어려서부터 입체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익히게 하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은 단순히 지리공부를 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개발된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국어·수학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출생률 저하에 대한 논설문을 써서 발표할 때, 원고에 연도별 인구 증감 추이나 전국 지역별 인구 분포 등을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어 붙인다면 전달의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나 생활 공간에 대해 그저 막연하게 언급하고 지나가지만, 실제로는 전체 구조와 기능, 흐름 등을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 놓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공간과 정보의 배치 의미를 파악할 때 현실을 제대로 보는 진짜 공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