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 살짝 내리던 비가 그치고 어느새 녹음이 무성해진 아름다운 교정에서 강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담길 졸업사진을 찍었다. 아침부터 모두들 거울 앞에서 특별히 깔끔하게 다림질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만지며 사진이 잘 나오게 하려고 신경 쓰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2교시 종이 울리고 졸업사진 찍어야 하니 밖으로 모이라는 말에 여학생들은 교실 뒤쪽에 있는 거울로 몰렸다. 한번이라도 더 거울 보면서 머리 빗고 포즈도 취해 보며 예쁘게 나오려고 안달이었다. 교실 거울을 차지하지 못한 남학생들은 화장실로 달렸다. 이날만큼은 다들 얼굴에 로션도 바르고, 립글로스도 발라 조금이라도 더 ‘뽀샤시하게’ 나오려고 노력 중이었다. 밖으로 나가 줄을 서서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도 사진 찍는 그 순간까지 틈틈이 거울을 쳐다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오랜만에 찍는 졸업사진이라 단정한 포즈가 어색하기도, 불편하기도 하지만 다들 즐겁게 찍었다. 졸업사진을 예쁘게 찍으려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어떨까? 강현중 3학년 곽혜민(16)양은 “학창 시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기 마련”이라며 “다들 가지고 있을 앨범인데, 예쁘게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무늬(16·3학년)양도 “졸업사진을 예쁘게 찍는 방법은 바로 평소의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찍는 것 같다”며 “괜히 미용실 같은 데 가서 머리 좀 잘라 보고 전날 팩 하고 그러는 것보다 평소처럼 찍어야 가장 예쁘다”고 했다. 같은 날 졸업사진을 찍은 성남 상원여자중학교 3학년 최현경(16)양은 “졸업사진을 찍고 나니 내가 어느 새 졸업 학년이 되었다는 게 실감난다”며 아쉬워했다.
졸업사진을 찍고 난 학생들의 반응은 가지각색 다양했다. 잘 나온 것 같다며 기뻐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사진 찍는 날에 하필이면 머리 스타일이 맘에 안 들었던 학생, 표정이 잘 안 나왔다며 안타까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졸업사진이 예쁘게 나왔든 못나게 나왔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꼭 잘 나와야만 하는 게 아니다. 나중에 우리가 졸업 뒤 흩어지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졸업 앨범을 보며 중학교 시절의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억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최지혜/1318리포터, 서울 강현중 3학년 win90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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