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니메이터 윤석진 감독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애니메이터 윤석진 감독 확고한 삶의 목표는 인생의 등대와도 같다. 학생 시절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좌표를 설정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이다. 10여년 뒤 유망하다고 꼽히는 직종의 현장 전문가들을 찾아 그 직종의 현재와 미래, 필요한 덕목 등을 들어 본다. “국내환경 척박‥ 꿈 그려갈 곳은 넓어요” “만화적 상상력으로 세계화할 수 있는 한국적 소재들은 널려 있습니다.”
윤석진(45) ㈜디알무비 감독은 애니메이터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단군신화’, ‘장산곶매’ 등 전설과 전래동화 속에 독특한 소재가 많은데다 한국인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인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폭넓게 열려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대표적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는 탄생 75돌인 지난해 58억달러(약 5조8천억원)를 벌어들였으며, 토종 캐릭터인 아기 공룡 둘리는 완구제품 등 둘리의 캐릭터를 이용한 산업 규모가 한해 300억여원 정도이다. 성공한 애니메이션은 영화 판권뿐 아니라 게임과 캐릭터를 이용한 산업 등 파급 효과는 영화를 능가한다. 애니메이션은 영화적 요소가 많지만 드로잉(그림 그리기)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윤 감독은 “드로잉을 통해 감각적 표현이 발달하고 만화적 상상력을 구현하는 방법을 좀더 많이 알 수 있다”며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론적으로 접근해 감독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사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무·꽃 등도 자세히 관찰하고 사람의 처진 어깨, 바람이 불어올 때 흔들리는 머리칼의 모양,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나무들의 속도감 등 주위의 사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윤 감독은 말했다. 그러나 애니메이터는 가능성에 비해 현실은 넉넉하지 못한 편이다. 조선대 서양화과를 중퇴한 윤 감독은 애니메이션 <색깔을 갖고 싶어요>, 지상파 방송에 소개된 불경 소재의 어린이 교육용 작품 <젠보이(zenboy)>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 왔으나 지금은 미국 워너브러더스사의 텔레비전 시리즈 ‘소방관 구조대’를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윤 감독은 “국내 제작사들이 대부분 오이엠 방식으로 일하는데 중국과 필리핀, 북한 등이 따라붙고 있어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기획력을 높이려면 창작 기회를 늘려야 하는데 여건은 그렇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에니메이터 되려면 자격증·학력보단 상상력·표현력 갖춰야 애니메이터는 애초 레이아웃, 원화, 동화, 선화 등 본 작업만을 담당하는 기술직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기획, 콘티에서 촬영, 편집 등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력, 손이나 여러 도구를 남들보다 섬세하게 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공간지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대학의 관련 학과, 애니메이션 고교를 다니거나,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교육기관인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애니메이션 과정 등을 전공하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격증이 요구되거나 필수적인 전공과 훈련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 풍부한 창의력과 상상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업체들은 학력, 나이보다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박종원/아주심리상담센터 직업심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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