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대 총장 공동선언
“성적위주 선발 자제키로”
대학-고교 협의체 강화 추진
“성적위주 선발 자제키로”
대학-고교 협의체 강화 추진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성적 위주의 선발을 자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은 2010학년도 입시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비중을 높이는 등 성적 우수 학생 유치에 골몰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9일 ‘전국 대학 총장 일동’ 명의로 발표한 ‘대입 선진화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통해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대입 전형으로는 창의성과 인성, 자기 주도 학습능력 등을 계발시켜 주는 초·중등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바람직한 인재란 사교육 도움 없이 초·중등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총장들은 이런 인재들을 선발하려면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학·고교간 협력체제 강화 △학교생활기록부 등 대학에 제출되는 학생 자료의 신뢰도 제고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수준 높은 대학교육 제공 등의 실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은 실제로는 이런 선언과는 반대로 수능 중심의 입학전형 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학들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0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살펴보면, 정시모집에서 수능 점수로만 학생을 뽑는 대학은 지난해 71곳에서 80곳으로 늘었다. 수능 점수를 반영할 수 없는 수시모집의 경우에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게 설정해 수능 점수가 낮은 학생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서울대도 올해부터 정시모집 2단계 전형에서 구술·면접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수능을 20% 반영하기로 했다.
특히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들은 2010학년도 입시를 6~7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 수능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시요강을 고치기도 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4월 말 인문계 정시모집에서 10%를 반영하던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수능 반영 과목에 자연계 학생들이 치르는 수리 ‘가’형을 포함시켰다. 수능 점수만 100% 반영해 뽑는 수능 우선선발 비율 역시 모집정원의 50%에서 70%로 확대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도 수능 우선선발 비율을 50%에서 70%로 늘렸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대학들이 고교 내신과 논술을 배제하고 수능 중심의 입시안을 짜는 것은 1점이라도 더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뽑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한편으로는 줄세우기식 선발을 조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창의력 중심의 입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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