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연 ‘졸속 교원평가 저지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교원평가 반대서명 용지뭉치를 교육부에 전달하려다 저지당하자 경찰 저지선 앞에 쌓아뒀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교육부·학부모단체 "교사 전문성 제고에 필요"
전교조·교총 "성적 잣대로만 평가 뻔해" 교원평가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시범학교 운영을 강행할 태세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떠넘기려는 불순한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약이 될까, 독이 될까?=교육부와 대부분의 학부모단체, 좋은교사운동 등 일부 교원단체는 교원평가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공동대표는 “교사들이 스스로 전문성과 책무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적격 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는커녕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자양고 송형호 교사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수업 노하우와 자료 등을 서로 나누고 힘을 합쳐야 하는데, 교원평가가 제도화하면 학교에서 이런 협력적 문화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체제 아래에서는 ‘자기 몫’부터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학교 교과모임 등의 자발적인 수업연구 풍토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송 교사는 또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에서 학업 성취도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모·학생 참여, 묘수인가 무리수인가?=교원단체들은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교총 관계자는 “세계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수렴은 교사의 자율로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인상 비평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평가하는 도구가 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좋은교사운동 쪽은 교장 한 명에 의해 전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현행 근무평정제도보다 다면평가가 훨씬 낫다고 말한다.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도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성실성과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교사들이 다면평가의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면서 평가를 받지 않을 명분만 찾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원 구조조정의 신호탄?=교육부는 그동안 “교원평가는 구조조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선뜻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은 교사들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말하겠지만, 몇 년 뒤에는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교원단체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거나 ‘결국 교사들을 서열화해 퇴출시키려는 속셈’이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퇴출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부적격 교사들을 내보내는 것마저 구조조정이라며 반대할 명분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부모·학생 참여 "교장이 평가 현제도보다 낫다"
"인상비평 그쳐 부작용 낳을것" 구조조정 신호탄인가 "부적격 교사 퇴출통로 필요"
"교사 서열화해 내쫓을 속셈" ‘부적격 교사’ 동상이몽=많은 학부모들이 교원평가를 요구하는 이유는 ‘부적격 교사’ 때문이다. 교원단체들도 이를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해법’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교원단체들은 부적격 교사는 극히 일부일 뿐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원평가가 아닌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단체들의 ‘부적격 교사’ 잣대는 훨씬 엄격하다. 성추행 등 ‘범법 교사’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거나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교사,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 등도 부적격 교사로 여긴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교원평가의 틀 속에서 일상적으로 부적격 교사 문제를 예방하고 교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전교조 조합원을 중심으로 상당수 교사들은 근무평정제도의 폐지와 교장선출보직제 도입 등 인사·승진제도의 개혁과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등 학교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가 전제돼야 비로소 교원평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공고 김진우 교사는 “인사·승진제도의 개혁이나 학교 자치기구의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교원평가 거부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도가 자리를 잡게 되면 기존의 낡은 인사·승진제도의 불합리성이 더욱 부각돼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되고, 공정한 평가관리를 위해 교사회 등 자치기구를 법제화하자는 요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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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평가 시범일정 교육청 자율판단 ”
다음달부터 시범실시 예정인 교원평가는 16개 시·도교육청에서 동시에 시행되지 않고 시·도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23일 “이달 말 교원평가 최종안을 발표한 뒤 교원평가 시행 일정이나 평가 방식 등은 시·도교육청의 여건이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부는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위한 기본 매뉴얼을 내놓았을 뿐”이라면서 “시·도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낙후지역인 강원이나 전남은 수업평가와 함께 학생이 학업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진로개척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주요한 평가요소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교원단체와의 협의에 따라 시범실시 기간을 1년 더 늘려 최종 도입 시기를 애초 2007년에서 2008년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총과 전교조, 한교조 등 교원3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원평가 시범학교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까지 25만여명의 교사들이 교원평가 저지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과 16개 시·도 지부장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강성만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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