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등록금 사립대 수준될 것”
서울대가 지난 8일 총장의 권한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서울대 법인화안’을 확정함에 따라, 국립대 법인화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대는 2011년 3월까지 법인화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다른 국·공립대들이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재정지원 증가 없이 자체 예산 확보만 요구
“서울대 법인화안 확정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 ■ 법인화 추진 현황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비롯된 국립대 법인화는 노무현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2007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예산을 총액으로 지원하면 국립대법인이 사학법인처럼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결산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법안은 국·공립대 교수 등의 거센 반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5월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별도로 제출된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통과돼,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인 울산과기대가 문을 열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달 2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시립대인 인천대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학내 반발이 심한 상태다. 인천대 교수협의회장인 남호기 교수(산업경영공학부)는 “제출된 법안은 내부 구성원의 이사회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 정부가 입맛대로 인천대를 법인화한 뒤 다른 대학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법인화법’ 대신 지난해부터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의 제정을 추진해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은 ‘국립대 법인화법’에서 재정 및 회계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수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공립대들은 이 법을 법인화의 전 단계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법안이 재정 지원과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독자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해왔다. ■ 국공립대, 왜 반발하나 정부는 국립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 재산권 행사가 자유로워지는 등 대학의 자율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공립대들은 법인화가 곧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정부는 ‘현재 수준의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법인화의 취지가 대학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인 만큼, 물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재정 지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등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의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7%의 3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는 대학에 자체 예산 확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재정 지원부터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정부가 사례로 드는 일본의 경우, 대학에 대한 예산 중복 등 과도한 지원이 문제가 돼 결국 2004년부터 1년에 1%씩 예산을 감축하는 방식의 법인화가 논의된 것”이라며 “일본도 동경대 등 일부 명문대를 빼고는 대학 경쟁력이 하락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협의회(국교련) 김광렬 상임회장(충북대 환경공학)은 “서울대가 마련한 법인화안은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서울대가 지방 국립대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국·공립대들은 이밖에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 인상 △지방 국립대 고사로 인한 지역 불균형 심화 △상업화로 인한 기초 학문 위축 등이 우려된다며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서울대 법인화안 확정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 ■ 법인화 추진 현황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비롯된 국립대 법인화는 노무현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2007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예산을 총액으로 지원하면 국립대법인이 사학법인처럼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결산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법안은 국·공립대 교수 등의 거센 반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5월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별도로 제출된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통과돼,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인 울산과기대가 문을 열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달 2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시립대인 인천대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학내 반발이 심한 상태다. 인천대 교수협의회장인 남호기 교수(산업경영공학부)는 “제출된 법안은 내부 구성원의 이사회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 정부가 입맛대로 인천대를 법인화한 뒤 다른 대학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법인화법’ 대신 지난해부터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의 제정을 추진해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은 ‘국립대 법인화법’에서 재정 및 회계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수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공립대들은 이 법을 법인화의 전 단계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법안이 재정 지원과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독자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해왔다. ■ 국공립대, 왜 반발하나 정부는 국립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 재산권 행사가 자유로워지는 등 대학의 자율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공립대들은 법인화가 곧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정부는 ‘현재 수준의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법인화의 취지가 대학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인 만큼, 물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재정 지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등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의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7%의 3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는 대학에 자체 예산 확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재정 지원부터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정부가 사례로 드는 일본의 경우, 대학에 대한 예산 중복 등 과도한 지원이 문제가 돼 결국 2004년부터 1년에 1%씩 예산을 감축하는 방식의 법인화가 논의된 것”이라며 “일본도 동경대 등 일부 명문대를 빼고는 대학 경쟁력이 하락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협의회(국교련) 김광렬 상임회장(충북대 환경공학)은 “서울대가 마련한 법인화안은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서울대가 지방 국립대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국·공립대들은 이밖에 △사립대 수준의 등록금 인상 △지방 국립대 고사로 인한 지역 불균형 심화 △상업화로 인한 기초 학문 위축 등이 우려된다며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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