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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작은 학교들 ‘급식비 전쟁’…“한해 3천만원이면 무료 급식”

등록 2009-07-17 07:01수정 2009-07-17 13:46

2009년 7월15일. 경기도 교육청 초등생 무상급식 기획 관련/경기도 고양시 지축초등학교 교실 급식 모습. 고양/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2009년 7월15일. 경기도 교육청 초등생 무상급식 기획 관련/경기도 고양시 지축초등학교 교실 급식 모습. 고양/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급식비 미납학생 10~15%…대부분 ‘농촌학교’ 시름
낙후지역 학교들 분노 “현장 한 번이라도 와보시라”
‘예산삭감에 기대만큼 실망 큰’ 경기도 학교들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확대 계획이 사실상 좌초될 상황에 놓였다. 도교육위원회가 절반으로 깎은 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전액 삭감돼 22일 본회의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한나라당 도의원들은 “부자 자녀들에게 왜 지원하느냐”며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급식 지원 예산을 오히려 늘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애초 상정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전체 계획의 1단계 조처로 도내 섬과 오지, 농어촌, 도시내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초등생 15만여명에게 무상급식할 계획이었다. ‘부자들 자녀가 아닌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에 대한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이들 지역의 초등학교 두 곳을 돌아보고, 각 시도의 무상급식 현황 등을 짚었다.

경기 화성시 마도면 청원리 청원초등학교는 이른바 ‘농촌학교’다. 이 학교 봉태영(60) 교장은 아이들 점심만 떠올리면 늘 마음이 무겁다. 자체 조리시설이 없어 “아이들에게 식은 밥 먹이는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찾은 이 학교 점심시간, 인근 학교에서 배달된 밥과 미역국, 김치가 점심으로 나왔으나 이미 많이 식은 상태였다. 급식비는 더 문제라고 봉 교장은 전한다. 현재 전체 학생 120명 가운데 15%인 18명이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1명, 편부모와 조부모 5명, 세자녀 6명, 저소득층 5명, 부모 장애인 1명이다.

도교육청의 농촌지역 급식 지원비 900원(끼니당)을 빼면 나머지 학생 1명이 내야 할 급식비는 월 3만4000원꼴이다. 한 집에 2명이 다니면 월 6만원이 넘는다. 녹록지 않은 농촌 현실이다 보니 매달 15~20명의 미납자가 생긴다. 이아무개 행정실장은 “독촉전화를 3~4번씩 하면 부모와 함께 산다는 아이가 실제로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며, “급식비 지원 소식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아이 중에도 자가용 탈 만큼 잘사는 아이가 있지 않나요?”라는 물음에 봉 교장은 “농촌 실정도 모른다”며 펄쩍 뛰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시골에서 자가용은 최소한의 통학수단일 뿐”이라며, “큰 과수원이나 양돈장을 운영하는 부농들은 자녀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 시골에 없다”는 게 봉 교장의 설명이다. 병설유치원은 그나마 900원의 급식비 지원도 없다. 봉 교장은 “농촌에 정말 ‘돈’ 될 게 없다”며, “농어촌 지역만큼은 꼭 무상급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의회 송영주 의원(민주노동당)의 조사 결과를 보면, 300명 이상 도시학교와 비교해 경기도내 섬과 오지, 농어촌, 도시내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학생들 중 기초수급자 비율은 1.5배, 한부모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배, 차상위계층 비율은 2.2배가 더 높았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이들에겐 무상급식 무산 소식에 따른 아쉬움은 더 커 보였다.

[관련영상] 경기도의회 초등학교 무상급식비 삭감 왜?


[%%TAGSTORY1%%]

고양시 덕양구 지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64명밖에 안 되는 도심 속 조그만 학교다. 이 학교 역시 조리실이 따로 없어 매일 근처 삼송초등학교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다. 이 학교의 급식비는 끼니당 2290원이다. 무료급식 대상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 59명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도에서 한 끼당 550원씩 지원을 받아도 한달 급식비가 3만4000원에 이른다.

고양에서도 낙후된 지역 내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3만원 남짓 일당을 받거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학부모들은 급식비 제출 독촉을 받기 일쑤다. 부모들의 통장 잔고가 수시로 부족하다 보니, 이 학교는 ‘스쿨뱅킹’을 하지 않고 학부모가 직접 행정실로 돈을 가져온다. 연말이면 급식비 미납이 10%나 된다. 이 학교 김정태 교장은 “1년에 3200만원이면 이 학교 전교생 무상급식이 가능하고, 3억원이면 고양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정치논리가 아니라 현장을 한번이라도 보고 판단했으면 이렇게 서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양시에는 지축초등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가 8곳 있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도교육청의 끼니당 급식 지원금 역시 550원이다. 힘겨운 급식비 전쟁은 2학기에도 재연될 전망이다.

화성 고양/홍용덕 이경미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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