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이냐 이익단체냐 ‘스무살 전교조’ 기로에 섰다”
창립20돌 토론회…연대단체들 쓴소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금 교육개혁단체가 될 것이냐, 아니면 이익단체의 길을 걸을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전교조가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개최한 ‘전교조 창립 20돌 기념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전교조가 이룬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지금 처한 위기의 원인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 이용관 소장은 ‘전교조와 참교육운동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전교조가 교육정책 반대투쟁과 정파싸움에 골몰한 것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합법화 이후 7차교육과정 반대투쟁,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 반대투쟁, 교원평가 반대투쟁 등 국민들 눈에 교사 이기주의로 보이는 투쟁 중심의 활동을 벌인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자신이 속한 정파와 조금만 차이가 나도 편을 가르고 배제하는 논리가 조직의 단결을 훼손해 조합원들과 국민들의 실망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다른 교육주체들과의 연대에 무관심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청소년 인권단체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이상현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느끼는 다양한 고충이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전교조 교사들도 매한가지”라며 “전교조가 두발 자유, 체벌 금지, 야간 자율학습·보충수업 반대 활동 등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신용민 대변인(경인교대 부총학생회장)도 “예비교사들을 동지로 인식하고 임용체계 개선 등 교대생들의 투쟁에 힘을 실어달라”고 주문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교조가 ‘조건 없는 교원평가 수용’을 선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학생·학부모들은 당장 일부 교사의 부실한 수업과 비상식적인 체벌·생활지도 문제에 대해 교원단체가 나서 주길 요구하고 있다”며 “교원평가 반대가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 만큼, 전교조는 교원평가법이 통과되기 전에 무조건 찬성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교원평가 취지에 맞는 여러 모델을 개발해 평가방식의 문제를 개선하고,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창립 20돌을 맞아 내세운 ‘제2의 참교육운동’(새로운 학교운동)이 교육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경제위기로 교육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을 얻기가 더 수월할 수 있다”며 “일회적 실천이나 성공 사례에 집착하기보다는 거대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현재의 교육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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