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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변화 위해 ‘호스피스·산파의 마음’ 가져야

등록 2009-07-26 15:43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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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잘못된 것은 지적해야 하고, 나쁜 것은 고쳐져야 하며,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 적이 되어야 할까?

지난 주말 ‘파추마마 얼라이언스’라는 환경교육 심포지움에 참여했다가 나는 귀한 개념을 선물 받았다. 한국 최초로 열린 이 국제적인 환경 프로그램은 에콰도르 원주민의 전통과 정신에 뿌리를 둔 것인데, 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매우 독특하고도 강력했다. 우리 자신은 자연의 일부이고, 세상을 떠난 선조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일부라는 것, 영원히 삶을 이어갈 지구는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킬 자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아름다운, 모든 생명의 터전임을 느끼게 하고 영감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강력했던 메시지는 우리에게 호스피스의 손길과 산파의 손길을 동시에 가지라는 것이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맞는 이들이 평화롭고 우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처럼 우리도 낡은 체제, 잘못된 정책, 앞으로 없어져야 할 것들에 대해 그것들이 잘 사라지도록 도우라는 뜻이다. 보통 부당한 것에는 반대하고 적을 만들며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화롭게 그들의 에너지를 빼앗아 잘 죽도록 돕자는 개념이다. 강사는 유엔 본부에서 만난 NGO 활동가들이 대부분 매우 지쳐있고, 화가 나 있으며, 희망이 없는 듯이 보였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얘기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걸 안타까워했다.

호스피스의 마인드는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할까? 예를 들자면 기업형 대규모 마트가 환경에 해롭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가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홍보와 선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다수가 그렇게 하면 대형마트는 서서히 에너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대신 그 에너지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도록 돕자는 게 산파의 손길이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과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데 돈을 쓰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는 것이다.

낡고 잘못된 체제에는 호스피스의 역할을 하고, 새로 와야 할 미래에는 산파의 역할을 함으로써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라는 그 메시지는 참으로 우아하고 강력했다. 또 인터넷이 발달하고 지식과 의견의 교류가 순식간에도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이것이 다수의 공감으로 확산되면 순식간에 세상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인종차별 정책의 철폐 등 이전까지의 모든 사회적 대(大)변화가 그렇듯이…. 느린 것 같지만 우아하고 부드럽게 다수를 확보하며 전개해나가는 이 방식은 소수의 활동가들이 거대한 싸움 속에서 지쳐가는 기존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접근이 아닐까?


무릇 모든 변화에도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리라 본다. 없애고 싶은 나쁜 습관도 너무 미워하거나 타도 대상으로 삼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게 만들까’하는 호스피스의 마인드를 가져보자. 적을 만들고 공격하는 에너지는 산파처럼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부드러움과 창조성, 유연성을 갖기에는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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