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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험보다 어려운 전형방식…사교육 되레 키운다

등록 2009-07-30 14:41

2010학년도 대학별 입학사정관제전형 선발 방식
2010학년도 대학별 입학사정관제전형 선발 방식
커지는 입학사정관제 논란
영어성적·상장에 개인포트폴리오 요구까지
특정학교 우대 ‘고교등급화 정당화’ 우려도
“사정관 전문성 확보 등 시간 갖고 준비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입학사정관제 100% 확대’ 발언으로, 현 정부 교육개혁의 핵심과제인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교과성적만이 아니라 잠재력과 소질 등을 고려해 신입생을 뽑자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요술 방망이’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주요 대학들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골몰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되레 특정 고교 학생들을 우대하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입학사정관제의 현실은 올해 치러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되는 학생수는 47개 대학 2만690명으로, 지난해(4555명)에 견줘 45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시험없이 면담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과 달리, 대학들이 내세우는 ‘조건’은 일반전형보다 훨씬 까다로워 학생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 숙명여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인 ‘글로벌인재전형’의 서류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물론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영어 성적표와 교류협력기획서, 상장, 봉사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서면자료까지 요구한다.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2단계에서 심층면접도 실시한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서류전형에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증명서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내야 하고,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도 2~3개 영역에서 최소 2등급 안에 들어야 한다. 중앙대와 한양대는 개인 포트폴리오까지 요구하고 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주요 대학들이 서류전형은 물론 심층면접까지 치르고 있어 입학사정관제 실시로 학생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대폭 확대할 경우, 대학들은 수능이나 영어성적 등 계량화된 점수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없애려 할 것이 분명해 사교육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고교등급제 등 부작용 우려도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입학사정관제는 자율형 사립고 설립 등 고교 다양화 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며 “미래형 교육과정 등을 통해 학교별로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대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교과부의 이런 설명은 입학사정관제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다수 몰리는 자사고나 특목고를 우대하는 ‘고교등급제’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대학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학교별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말은 곧 고교등급제를 정당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대학들이 생각을 바꿔 고교 내신평가에 대해 100% 믿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고교등급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려면?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대학이 입학사정관 재교육에 힘쓰는 등 전문성을 확보하고, 사정 결과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입학사정관제 전면 확대까지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성관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장은 “대학들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비교과 영역 평가 등을 간소화하고, 복잡한 사정관 전형을 몇 가지로 통합하면 학생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입시가 끝났을 때 전형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특정 학교 학생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또 “지역·계층·학교 유형 등에서 편중되지 않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대학들이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입학사정관제 확대 여부는 이런 식으로 3년 이상 시범실시를 해본 뒤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승정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수를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제대로 된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중요하다”며 “각 대학의 입학사정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 사정관들이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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