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이선/학부모 경기 고양시 일산구
아이 삶 변화시키는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하얀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뭘까 싶어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 봤다. 예쁜 편지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와 학부모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얼마 뒤 아이는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왔다면서 대뜸 “엄마, 나 공부 더 열심히 할거야” 한다. 종합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혼자서 주어진 과제를 차근차근 해내는 아이다. 면담하면서 선생님은 자신의 학창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워 혼자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모양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가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매우 칭찬해 주셨단다. 이 칭찬이 아이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중간고사를 열심히 준비하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
조금 소심하고 자신을 드러내 놓는 일을 꺼리던 아이에게 칭찬해 준 일이 부모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아이를 크게 한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중학교 1학년일 때, 미술은 자신 없는 과목이었다. 미술학원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느날 선생님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 된다면서 학교 풍경을 수채화로 그리라고 하셨다. 한참을 서성이다 자리를 골라 앉아, 자신 없이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해 선생님께 냈다.
다음 미술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그림 가운데 몇 개를 칠판 앞에 세워 놓고 평가를 하셨다. 너무나 놀라운 일은 그 그림들 가운데 내가 그린 그림이 있는 것이었다.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움 반, 기대 반으로 선생님 입을 쳐다봤다. 선생님은 아주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미술 시간은 내게 너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고,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자신감이 충만한 내가 되었다.
이 경험은 나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주어, 자신감 있고 당당한 여성으로 자라나는 데 자양분 구실을 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해 준 칭찬 한마디는 아이의 삶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이의 특성을 미리 알고 적절한 칭찬 한마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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