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교 문화가 녹아 있는 우리말은 높임법이 발달했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노인 대표 한 사람(김운회 대한노인회 부회장)의 큰절을 받고는 놀라 허리를 굽혀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문] ㉮호칭어는 대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말로 사람들 사이의 교류의 출발점이 된다. 우리말은 특히 이러한 호칭어가 발달한 언어이다. 우리말의 다양한 호칭어는 웬만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특징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유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말의 호칭어는 친가, 외가, 처가, 시가, 친정 등의 계보에 따라 체계적으로 발달되어 있다. 영어의 ‘uncle’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우리말에서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삼촌, 당숙, 고모부, 외숙부, 이모부 등으로 분화되어 있다. 이는 영어권 사회와는 달리 우리 사회가 촌수와 혈연의 계보에 따라 다양한 친족 관계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현대에 와서는 호칭어가 본래의 사용법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친족 호칭어가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친족 관계를 초월해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혈연 중심의 집성촌에서는 누구나 친족이 되는 까닭에 친족 호칭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그리하여 혈연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이 거의 사라진 현재에도 친족이 아닌 타인에 대해 ‘아저씨, 할아버지, 아주머니’와 같은 친족 호칭어를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족주의가 사회적으로 확대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이와는 정반대로 가족 간에 사회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형제나 사촌끼리도 ‘김 사장, 김 교수’ 식의 호칭어를 쓰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친족이 획득한 사회적 지위를 존중하고자 하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서열을 중시한 유교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또 사회적 신분에 대한 호칭어를 쓸 때 실제 지위보다는 높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신분을 모르는 경우에도 ‘선생님, 사장님, 사모님’ 등의 호칭어를 사용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서비스 업계에서 대인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이 널리 일상어에도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유교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하여 체계적으로 발달된 우리말의 호칭어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촌수와 혈연의 계보에 대한 의식이 약한 젊은 세대의 호칭어 오용 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우 복잡하게 분화된 한국어의 호칭어는 잘만 사용하면 인간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며, 존경심을 표현하여 예의 바른 느낌을 부여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거리 두기와 배타성의 근원이 되고 거짓 존경심의 표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호칭어의 정확한 쓰임을 알고, 경우에 맞게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2004년 10월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의 마지막 부분에 덧붙일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언어는 민족 문화의 꽃이다. ② 언어는 세계를 보는 창이다. ③ 언어는 그 민족 역사의 용광로이다. ④ 언어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⑤ 언어는 사람을 이어주는 거멀못이다. [풀이] 정답 ④. ㉮의 마지막 부분에 덧붙일 내용이라면, ㉮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에 제시된 내용을 정리하는 게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 된다. ㉮의 내용은 ‘발달된 우리말의 호칭어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유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가 문화나 사회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므로 ‘언어는 문화나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 정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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