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
아픔도 좋은 글감이다 봄인지 가을인지 모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부 시간이면 교실 여기저기서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 기침을 시작하면 교실은 순식간에 기침 소리로 어수선해진다. 경우도 다른 아이들처럼 감기를 앓고 있었다. 시를 읽으며 생각해 보니 꽤 여러 날 기운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얼굴을 찡그리곤 했던 경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침에 늦게 온 날도 있었고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한 적도 있다. 선생인 내가 한 일은 보건실에 가 보라고 하거나, 너무 힘들면 엎드려 있거나 집에 가라고 말한 게 전부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아픈 아이한테 다가가서 머리 한번 제대로 만져 주지 못했다. 그런데 경우는 그렇게 아프면서도 결석 한번 하지 않았다. 집에 가서 쉬는 게 어떠냐고 한 날도 “조금 더 있어 볼게요” 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말이다. 열병 갑자기 어지럽다. 기침이 심해졌다.
온몸이 뜨겁고 답답하다.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 지금 나는 심한 아픔을 참을 수 없다. 나는 ‘왜 아플까’ 하는 생각보다 너무 아프다는 생각만 든다. 지금 나는 움직이기도 싫다. (김경우/인천 남부초등학교 6년) 경우가 쓴 시를 보면서 아이들하고 글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차례 시를 썼는데, 아직도 글감을 찾지 못해서 시 쓰는 데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경우한테 어떻게 감기 앓은 일을 글감으로 시 쓸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경우는 “그냥요, 선생님이 시 쓰라고 하니까 아팠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 일만 생각나요. 너무 아파서 그랬나 봐요” 그런다. 이렇게 절로 떠오르는 일을 글감으로 잡았으니 경우는 마음을 다해 시를 쓸 수 있었다. 시는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갑자기 어지럽다’로 시작한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실감 있게 표현해 시를 읽는 사람은 처음부터 긴장하게 된다. 경우는 아팠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 얼마나, 어떻게 아팠는지를 토해내고 있다.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을 읽으면 경우가 수건을 이마에 얹고 드러누운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아플 때는 ‘왜 이렇게 아픈 거야’ 하고 자신한테 짜증이 나서 스스로 묻기도 한다. 하지만 경우는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다. 마지막 행, ‘지금 나는 움직이기도 싫다’에 이르면 경우의 아픔이 마음을 파고들어서 언젠가 아팠던 감각들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다. 이 시를 읽은 어떤 아이는 마지막 행을 읽을 때 자기가 아픈 것 같다고 했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아픔도 좋은 글감이다 봄인지 가을인지 모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부 시간이면 교실 여기저기서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 기침을 시작하면 교실은 순식간에 기침 소리로 어수선해진다. 경우도 다른 아이들처럼 감기를 앓고 있었다. 시를 읽으며 생각해 보니 꽤 여러 날 기운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얼굴을 찡그리곤 했던 경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침에 늦게 온 날도 있었고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한 적도 있다. 선생인 내가 한 일은 보건실에 가 보라고 하거나, 너무 힘들면 엎드려 있거나 집에 가라고 말한 게 전부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아픈 아이한테 다가가서 머리 한번 제대로 만져 주지 못했다. 그런데 경우는 그렇게 아프면서도 결석 한번 하지 않았다. 집에 가서 쉬는 게 어떠냐고 한 날도 “조금 더 있어 볼게요” 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말이다. 열병 갑자기 어지럽다. 기침이 심해졌다.
온몸이 뜨겁고 답답하다.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 지금 나는 심한 아픔을 참을 수 없다. 나는 ‘왜 아플까’ 하는 생각보다 너무 아프다는 생각만 든다. 지금 나는 움직이기도 싫다. (김경우/인천 남부초등학교 6년) 경우가 쓴 시를 보면서 아이들하고 글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차례 시를 썼는데, 아직도 글감을 찾지 못해서 시 쓰는 데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경우한테 어떻게 감기 앓은 일을 글감으로 시 쓸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경우는 “그냥요, 선생님이 시 쓰라고 하니까 아팠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 일만 생각나요. 너무 아파서 그랬나 봐요” 그런다. 이렇게 절로 떠오르는 일을 글감으로 잡았으니 경우는 마음을 다해 시를 쓸 수 있었다. 시는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갑자기 어지럽다’로 시작한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실감 있게 표현해 시를 읽는 사람은 처음부터 긴장하게 된다. 경우는 아팠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 얼마나, 어떻게 아팠는지를 토해내고 있다. ‘머리 위에 올려진 수건’을 읽으면 경우가 수건을 이마에 얹고 드러누운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아플 때는 ‘왜 이렇게 아픈 거야’ 하고 자신한테 짜증이 나서 스스로 묻기도 한다. 하지만 경우는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다. 마지막 행, ‘지금 나는 움직이기도 싫다’에 이르면 경우의 아픔이 마음을 파고들어서 언젠가 아팠던 감각들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다. 이 시를 읽은 어떤 아이는 마지막 행을 읽을 때 자기가 아픈 것 같다고 했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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