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역 고교생들이 내신 등급제 도입을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교사-학생-당국 대화를
내신 등급제 시행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찬반 논란은 뒤로 접어 두더라도, 지금 당장 학교와 교실에서 연출되는 풍경은 교육제도의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고교 1학년에 다니는 학생들과 중학생들 가운데는 올 들어 체육시간에 치르는 평균대 시험을 위해 체육 과외를 받거나, 음악 실기시험을 위해 각종 악기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학교 시험 1점이 대학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많은 학생들의 뇌리에 똬리를 튼 지 오래다.
시험은 상대를 누르고 올라서는 수단이라는 인식도 더욱 강해졌다. 수업시간 필기도 숨기듯 하고, 시험기간이 되면 다른 학생의 노트, 책 등을 훔치고 버리는 일까지 일어난다. 이쯤 되면 동료 학생들이 ‘친구’가 아니라 ‘적’인 셈이다.
서울 ㅇ고 3학년 오은주(18)양은 “고1 학생들 얘기를 들으면 정말 당황스럽다. 서로를 궁지로 몰아넣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쌍하기도 하고, 친구끼리 꼭 저렇게 해야만 하는지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ㄱ고 1학년 이구철(16·가명)군은 “수능 때문에 3년 간은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힐 줄은 몰랐다”며 “3년을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푸념했다.
학생들의 특성과 재능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조차 시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지원자가 적어 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곳도 있다.
중학생들의 현실도 더욱 팍팍해졌다. 현재 중3 학생들 가운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꺼려 하는 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ㅅ중 김희은(15·3학년)양은 “너희가 고1이 되면 슈퍼맨이 되어야만 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이런 인식은 기본적으로 내신 등급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을 따져 보자면 그건 학생들보다는 학교와 교육 당국에 있다고 봐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교사와 학생, 교육정책 당국 간의 대화 단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라는 것이 청소년기를 마음껏 누려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게 현실이죠. 하지만 학생과 학교, 교육부 모두 서로를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입시가 지닌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봐요.” ㅅ고 이은희(18·3학년)양의 말처럼 침묵과 단절의 벽을 무너뜨리도록 함께 협력해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학생들도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신 등급제와 새롭게 개선된 대입제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또 교육부는 학생들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게시판이나 토론방 등을 만들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의 수정을 꾀해야 한다. 교육의 대상은 학생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교육은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은주/1318리포터, 서울 성신여고 3학년 totoro_1052@hanmail.net
학생들의 이런 인식은 기본적으로 내신 등급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을 따져 보자면 그건 학생들보다는 학교와 교육 당국에 있다고 봐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교사와 학생, 교육정책 당국 간의 대화 단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라는 것이 청소년기를 마음껏 누려 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게 현실이죠. 하지만 학생과 학교, 교육부 모두 서로를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입시가 지닌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봐요.” ㅅ고 이은희(18·3학년)양의 말처럼 침묵과 단절의 벽을 무너뜨리도록 함께 협력해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학생들도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신 등급제와 새롭게 개선된 대입제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또 교육부는 학생들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게시판이나 토론방 등을 만들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의 수정을 꾀해야 한다. 교육의 대상은 학생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교육은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은주/1318리포터, 서울 성신여고 3학년 totoro_10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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