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9학년도 수능 영역별 1~2등급 비율
수능성적 분석 결과
부모소득 높은지역 자녀 성적 높아
부모소득 높은지역 자녀 성적 높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0일 공개한 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 자료를 보면 지역간 성적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영역별 1~2등급 비율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자사고) 등 성적 우수 학생을 뽑아 명문대에 많이 진학시키는 ‘입시명문고’가 있거나, 사교육이 활발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높은 곳이었다.
■ 지역간 성적 격차 원인은? 권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능 1~2등급 비율 상위 20개 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 등 집값이 높거나 학원이 밀집해 있거나,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자사고·기숙형 자율고 등 ‘선발효과’를 누리는 학교가 있다.
실제 2009학년도를 뺀 4년 동안 수능 1~2등급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부산 연제구에는 부산외고와 장영실과학고가 있으며, 5년 내내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자사고인 해운대고와 특목고인 부산국제고가 있다. 2007학년도까지 200위권을 맴돌던 경기 동두천시는 동두천외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8학년도부터 전국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양천구의 경우 특목고는 없지만 학원 밀집지역이면서 부모 소득과 집값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광주 서구·부산 수영구 역시 학생 수 대비 학원 수가 전국 최고 수준인 지역이다.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 가운데 강원 강릉시와 경기 광명시는 이런 특징은 없지만, 두 곳 모두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인근 도시의 성적 우수 중학생들이 몰리는 ‘명문고’가 자리잡고 있다.
■ 격차 해소하려면 이번 수능 성적 공개는 지난 7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역·학교별 학력 격차 실태를 알아야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뤄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왕 학력 격차의 심각성이 확인됐으니, 성적이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역차별’이라고 불릴 만큼 폭넓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현 정부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학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자사고·특목고 확대 정책 등 ‘수월성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수능 성적 분석 결과는 교육정책이 ‘형평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함을 웅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특정 지역의 성적이 높은 것은 학교교육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자사고·특목고 등의 ‘선발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특목고·자사고 등에는 해당 지역 이외 지역 학생이 평균 76%에 이른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성적이 떨어지는 지역에 아무리 특목고·자사고를 세워도 지역간 학력격차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농산어촌 지역 등 사회·경제적 여건상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역에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교육인프라를 우선 투입하는 강력한 ‘역차별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학력격차는 단순히 교육정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의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정책 기조가 ‘빈익빈 부익부’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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