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e-learning) 공부가 바뀐다
<1부> 교실 밖에 열린 사이버 교실
1. 온라인 배움터 활짝
#장면 하나 "언제든지 물어 볼 수 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곡초등학교 4학년 최민경(11)양. 신세대답게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 채팅이나 게임, 검색을 즐긴다. 그런데 지난달부터는 또 다른 즐거움에 빠져 있다. ‘즐거운 사이버세상’이 그것이다.
‘즐거운 사이버세상’은 이 학교 안이숙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의 ‘꿀맛닷컴(kkulmat.com)’에 개설한 온라인 컴퓨터 교실이다. 컴퓨터 구성 요소, 그림판 사용법, 한글 문서 작성, 인터넷 정보 검색, 네티켓 등 컴퓨터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1시간씩 컴퓨터를 배우긴 하지만 부족한 것 같아요. 알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근데 ‘꿀맛’에선 궁금한 것은 언제나 물어 볼 수가 있어요. 요즘엔 컴퓨터 수업을 매일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양은 저녁이면 이 사이트를 찾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최양의 어머니 홍희영(37)씨는 “온라인으로 학교 교사가 직접 가르쳐 주니까 믿음이 간다”고 했다.
#장면 둘 "문턱 닳을 줄 몰랐어요"
지난 3월30일 문을 연 ‘그루터기 과학나라’. 중학교 1~3학년생을 위한 과학 사이트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서울 광성중 김환수 교사는 가입자 증가 추세에 깜짝 놀라고 있다고 했다. 매일 같이 늘더니 두 달도 안돼 11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 열기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며 “수업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자료들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상담 코너에 올라온 질문들에 답변하는 일도 김 교사에게 ‘즐거운 피곤’을 안겨 준다. ‘원소가 뭡니까’ 식의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대학교 수준의 질문까지 다양하지만, 꼬박꼬박 피드백을 해 준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뭐고, 어떤 부분을 가장 어려워하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며 “교실 수업에서 수십년 간 고민해 왔던 문제들을 사이버 가정학습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생긴다”고 말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맞춤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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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곡초등학교 4학년생 최민경양이 서울시교육청의 사이버 가정학습 사이트 ‘꿀맛닷컴’에서 제공하는 학습 만화를 보고 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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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일제히 시작한 ‘사이버 가정학습’이 기존 교실 수업의 개념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이버 가정학습은 간단히 말해 초·중·고교생을 위한 ‘방과후 온라인 자율학습’이다. 학생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교과를 자기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포털 사이트 ‘꿀맛닷컴’에는 200개의 온라인 교실이 개설돼 있다.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학교 과목은 물론이고, 책나라 여행, 맛깔스런 글쓰기 교실, 과학 꿀단지, 책 속의 보물 찾기, 새내기들의 합창 등 다양한 교실들이 마련돼 있다.
사이트만 개설돼 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교실 형태는 없지만 배움이 진행되는 과정은 학교 교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학교의 반과 같은 ‘사이버 학급’이 있고, 담임과 강의, 학급 운영을 맡는 ‘사이버 가정교사’도 있다. 학생들은 진단 평가 및 학습 스타일 검사, 자신의 관심도, 흥미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적합한 사이버 학급을 선택해 진짜 학교에서처럼 공부한다.
맞춤형 수업은 사이버 가정학습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콘텐츠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교육청은 다양한 수준의 학습콘텐츠를 제작해 사이트에 올려 두며, 사이버 교사들도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를 계속 보강한다. ‘도토리 페이스 잉글리쉬’를 운영하는 서울 화원중 임임숙 교사는 “평소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특별히 관심 있는 부문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묻고 답하고 '일대일' 양방향 수업
기존의 온라인 교육 사이트와 달리, 교사와 학생 사이의 적극적인 양방향 대화도 가능하다. 학생들은 궁금하거나 모르는 내용을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고, 교사는 몇 시간 안에 답변해 준다. 진로나 생활 고민 등 학습 이외의 질문이나 상담도 가능하다. 안이숙 교사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질문이 수시로 들어온다”며 “교실 수업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 대 일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교사의 강의 학습을 비롯해 토론 학습, 협동 학습, 탐구 학습 등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문제은행을 통해 자신의 학력 수준을 진단할 수 있으며 △사이버 교사와 학급 친구들 간에 온라인 학습 커뮤니티 활동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이버 가정학습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부터 대구·경북·광주 등 3개 교육청이 관내 학생들을 상대로 시범 실시한 사이버 가정학습은 올해엔 전국으로 확산돼 1500여개의 사이버 학급에서 3만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배정형’ 사이버 학급으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율형’ 학급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5천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창섭 이미경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