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인원 전년보다 4.4배↑ 사정관은 고작 1.4배↑
의원들 국감서 “정부 속도전이 부작용 낳을 수 있어”
의원들 국감서 “정부 속도전이 부작용 낳을 수 있어”
6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제의 부실화 우려를 제기하며 교과부의 ‘조급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국감에서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입학사정관 선발·교육 현황’ 등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47개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이 이 제도를 통해 올해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 4555명에 견줘 무려 335%가 늘어난 1만982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생 선발을 담당할 입학사정관 수는 지난해보다 100명(41%)이 늘어난 346명에 불과해, 올해 입학사정관 1명이 선발해야 할 학생 수는 무려 57.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입학사정관 1명당 선발 인원 18.5명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입학사정관들의 불안한 신분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올해 새로 채용된 입학사정관 가운데 정규직은 19.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활동중인 입학사정관 300여명 가운데 14.1%가 ‘연봉을 높여주면 사교육 시장으로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 2007년부터 활동했던 입학사정관들의 평균 근무기간도 대부분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진 의원의 조사 결과, 2007년 이후 퇴직한 입학사정관 40명 가운데 근무기간이 3~6개월인 사람이 42%(17명), 9~12개월인 사람이 44%(19명)로, 1년 미만 근무자가 86%에 이르렀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예산 지원 없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하는 43개 대학 가운데 23곳은 전임 사정관이 한 명도 없었다”며 “부실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김세연 의원도 “47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38.9%가 연수를 1주일 받은 것이 교육의 전부였다”며 “이러다가 ‘무늬만 입학사정관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고3 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81.4%가 입학사정관제 확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응답했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도 “교과부가 제출한 ‘2008학년도 대학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집행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연세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 상당수는 정부가 단기·가시적인 성과만을 요구하는 ‘속도전’에 치중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고 응답했다”며 “대학들 역시 원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전면확대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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