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솔직히, 중학교 때 나는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예쁘지 않으니까! 아무도 내게 직접 말해주진 않았지만 수많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 속의 여자들은 모두 아름다웠기 때문에, 예쁘지 않은 여자가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상상이 안 되었다.
그 무렵에 누가 물어보면 연애 따윈 유치한 것이기라도 한 양, 나는 독신으로 살 거라고도 했고, 결혼하기보다는 공부 많이 해서 박사가 되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다 외모 콤플렉스가 시킨 짓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부모 세대가 사춘기 때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끙끙 앓으며 자기 외모를 고민했다면, 요즘 아이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직설적이고 빠르고 공개적이다. 좀 과장하자면 텔레비전만 틀면 모두가 외모 얘기, 성형 얘기다. 친구들 간에도 잘생겼다 못생겼다, 코가 높네 낮네 턱이 어떠네 하며 외모는 거리낌 없는 수다 대상이요, 유머 소재다. 그렇게라도 해서 면역이 생기면 좋으련만, 소심한데다가 자기 외모에 불만이 많은 아이들에겐 더 힘든 환경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인터넷에 외모 고민을 올리는 사람이 누굴까? 20대 여성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가장 왕성하게 올리는 친구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들과 중학생들이다. 얼굴 살 빼는 방법부터, 다리 길어 보이는 법, 피부 좋아지는 법, 예뻐 보이는 법 등등 끝이 없이 이어진다. 또 예상과 달리 남자아이들의 고민도 줄을 잇는다. 인터넷의 특성상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충고 쪼가리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그런 댓글의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으로 나는 아이들의 자긍심이 쪼그라드는 것을 읽는다.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고 하면 너무 진부하게 들릴 거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감과 열정이 있는 사람은 외모에 상관없이 섹시하고, 배려심 많은 착한 사람들은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행복함이 내뿜어져 나오는 얼굴은 그 에너지와 매력에 감염될 수밖에 없는 매력 덩어리가 아닌가.
얼마 전에 핀란드, 노르웨이 등을 다녀온 지인을 만났더니, 그곳 여성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도 훌륭했지.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여자들의 얼굴 표정과 말하는 태도였어. 한 마디로, ‘아, 정말 남의 손을 안 탔구나! 그냥 꺾인 적 없이 타고난 대로 발산하며 커 왔구나!’ 하는 느낌인데,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그럴 것이다. 늘 지적질 당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조금 튀었다가 사정 없이 비판받는 그런 풍토에서 비슷비슷하게 커 온 결과, 자기의 개성을 펼친다는 걸 머리로는 알 거 같은데 체험으로, 실제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게 문화 충격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뜨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이 평범하거나 못난 얼굴의 매력을 전파하는 걸 그나마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나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외모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돈과 인기가 뒷받침되니 아이들의 결핍감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핍에서 오는 부러움, 그 동경은 사춘기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긴 나도 훨씬 더 커서야, 얼굴이 못나도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 그 매력 때문에 보고 싶어지고 사랑스러워진다는 걸 수용하게 된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머리로가 아니라 체험적으로 그걸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리고 부모로서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당당한 매력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수밖에. 그러려면 지적질 좀 그만하고, 손 타지 않게 키워 볼 일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최근에 뜨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이 평범하거나 못난 얼굴의 매력을 전파하는 걸 그나마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나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외모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돈과 인기가 뒷받침되니 아이들의 결핍감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핍에서 오는 부러움, 그 동경은 사춘기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긴 나도 훨씬 더 커서야, 얼굴이 못나도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 그 매력 때문에 보고 싶어지고 사랑스러워진다는 걸 수용하게 된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머리로가 아니라 체험적으로 그걸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리고 부모로서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당당한 매력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수밖에. 그러려면 지적질 좀 그만하고, 손 타지 않게 키워 볼 일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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