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이 12일 오후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에서 연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 합동 입시설명회를 찾은 중학생 학부모 등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명문대입시고로 변질 ‘사교육 블랙홀’ 구실
자사고 전환으로 ‘특목고 광풍’ 해소 기대
자사고 전환으로 ‘특목고 광풍’ 해소 기대
외국어고 폐지론 왜 나오나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는 그동안 애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명문대로 가는 통로로 자리잡았다. “외고의 ‘특수목적’이 실은 명문대 입학”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외고는, 초등학생부터 입시 대비 사교육에 몰아넣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그동안 외고를 두둔해온 한나라당마저 최근 들어 ‘외고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데에는 ‘외고를 손대지 않고는 과도한 사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 과도한 사교육의 주범 “들(들어갈) 때도 날(나갈) 때도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학교.” 지난해까지 서울의 한 외고에서 일했던 이아무개(31) 교사는 “21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 시장을 키운 것은 외고”라고 잘라 말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전국 30개 외고 학생 28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국정감사장에서 내놓은 자료는 이 교사의 말을 수치로 입증해준다. 이 자료를 보면, 수도권 외고생 84.4%는 ‘특목고 대비 학원에 다녔다’고 응답했으며, 91.6%는 ‘(지금도) 1년 내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은 ‘사교육 없이 공부를 잘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외고가 ‘우수 학생 선발’을 명목으로 중학생 수준에서는 풀 수 없는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선행학습 위주의 사교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2년 동안 서울지역 6개 외고 입시 영어듣기평가 문항의 난이도를 조사했더니 60% 이상이 ‘고1 수준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 특수목적이란 입시목적?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표와 달리, 외고는 이미 ‘명문대 직행 티켓’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외고를 졸업한 뒤 동일 계열인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매우 낮다.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의 조사 결과, 최근 4년 동안 어문계열로 진학한 외고 졸업생은 30%가 채 되지 않았으며, 서울 6개 외고 재학생 가운데 어문계열 진학 희망자는 11%에 불과했다.
외고의 수능 성적이 일반고에 견줘 월등히 높은 것은, 외고 학생들이 전공 외국어 공부보다는 입시에 치중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수능 성적 상위 30개 학교 가운데 21곳이 외고였다.
■ ‘그들만의 리그’ 외고 학생들의 부모는 대부분 고학력 전문직이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외고 학부모 가운데 직업이 전문·관리직 등 상위직에 해당하는 비율은 2007년 27%, 2008년 29.1%, 2009년 3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조사에서도 수도권 외고 학생 42.2%의 부모 월소득은 600만원 이상이었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정치권의 주장대로 외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 지원 자격이 ‘내신 50% 안팎’으로 완화돼 사교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씩 선발하게 돼 계층 순환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정치권의 주장대로 외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 지원 자격이 ‘내신 50% 안팎’으로 완화돼 사교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씩 선발하게 돼 계층 순환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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