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취업 위해…학교는 기업돈 유치 위해
다른 학과 ‘희생’ 강요에 실용학문 치중 우려
다른 학과 ‘희생’ 강요에 실용학문 치중 우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경영대학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법과대학 쪽 경쟁이 일단락돼 경영대학이 대신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이 지나치게 실용학문에 치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중앙대는 내년부터 경영학부 정원을 올해 260명에서 325명으로 65명 늘릴 계획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경영대학 소속 교수도 지금의 46명에서 5명 더 늘릴 방침이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학장은 “전공과 국적을 불문하고 교수 모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도 올해 경영대학 안에 ‘기술경영학과’를 신설하면서 정원을 30명 늘렸다. 내년에는 경영전문대학원도 개설한다. 숭실대 역시 올해 경상대학 소속이던 경영학과를 독립시켜 경영대학을 따로 신설했고, 내년에는 금융학부를 새로 만든다. 교수진도 6명 더 충원할 계획이다. 이런 경쟁은 고려대와 연세대가 앞장서고 다른 대학들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경영대학 경쟁은 대학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취업을 위해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고, 경영대학은 대기업의 기부금 등을 끌어오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이미 기업 돈을 끌어와 경영대학 건물을 지었다. 고려대는 2003년 ‘엘지(LG)-포스코(POSCO) 경영관’을, 이화여대는 2005년 ‘이화-신세계 경영관’을 지어 올렸다. 앞서 건립된 서울대의 엘지 경영관과 에스케이(SK) 경영관, 연세대의 대우관(경영관) 등도 기업 돈으로 지어졌다. 고려대와 연세대 경영대학은 올 초 대학본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학생 모집 광고를 내면서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 중 경영대학 출신이 많고, 이들로부터 더 쉽게 대학발전기금을 모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경영대학과 다른 단과대학 사이의 재정 규모에도 격차가 벌어져, 학내 갈등의 소지가 된다”고 말했다. 경영대학의 ‘영광’ 뒤에는 다른 단과대학의 ‘희생’이 뒤따른다. 전체 정원 수가 한정돼 있어 경영대학 정원을 늘리면 다른 단과대학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중앙대는 올해 생겼던 자유전공학부를 내년에 다시 행정학과로 통합하면서 정원의 일부를 경영대학으로 돌렸다. 건국대도 히브리중동학 등을 폐지하면서 경영대학 쪽을 늘렸다. 대학 내 한정된 자원이 경영대학 쪽으로 쏠리면서, 기초학문과 실용학문 양쪽이 고루 발전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학문 풍토’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는 직업교육뿐 아니라 기초교양 등을 갖춘 균형 잡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며 “교육과 학문 연구에 있어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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