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러니 그러나 꿋꿋하게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로 분류된 한 수험생이 12일 오전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분리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려고 앉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0 대입 수능] 사상초유 분리시험장 운영
모든 수험생에 마스크…확산 우려 ‘응원전’도 조촐
1교시뒤 ‘자원’ 학생도…학교선 ‘의사 배치’ 애먹어
모든 수험생에 마스크…확산 우려 ‘응원전’도 조촐
1교시뒤 ‘자원’ 학생도…학교선 ‘의사 배치’ 애먹어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 유행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2일, 전국에서 신종 플루에 걸렸거나 의심 증세를 보인 2707명의 수험생들이 고사장에 마련된 분리시험실에서 따로 시험을 치르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전국 모든 고사장의 수험생들에게는 마스크가 지급됐다.
이날 아침 고사장 주변은 예년에 견줘 한산했다.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수능 응원전을 자제하라는 교육청 지침 때문인지, 1~2학년 후배들은 꽹과리나 북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선배들을 응원했다. 마스크를 쓰고 고사장 정문을 통과하는 수험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서울 휘문고 고사장을 찾은 학부모 손아무개(47)씨는 “남편이 일주일 전에 신종 플루에 걸려, 혹시나 재수하는 아들에게 전염이 될까 봐 아이를 친척 집으로 보냈다”며 “그동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진선여고 3학년 학부모 박철재(48)씨는 “시험을 앞두고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였던 아이가 혹시나 신종 플루에 걸릴까 봐 많이 불안해했다”며 “막판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사장을 찾은 조효완 서울 은광여고 진학부장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종 플루 때문에 단축 수업을 실시하거나 휴교를 한 학교의 수험생들이 특히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며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애썼지만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종 플루 확진 또는 의심 수험생을 위해 2곳의 분리시험실을 설치한 서울 배화여고 고사장에서는 1교시에 3명의 수험생이 분리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곳에서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은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진 않았는데 기침이 많이 나와 분리시험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교시가 끝난 뒤 몸이 좋지 않다며 분리시험실에서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이 2명 늘어 모두 5명이 이곳에서 시험을 치렀다.
박선애 휘문고 보건교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고사장별로 의사를 한 명씩 두라는 교육청 지침이 있었는데 의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교육청에서 지침 외에 별다른 협조가 없어 결국 아는 사람을 통해 중랑구보건소의 의사를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수능을 치른 수험생 가운데 신종 플루 확진환자는 717명, 의심증세를 보인 수험생은 199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880곳의 분리시험장이 운영됐고, 병원 6곳에서도 시험이 치러졌다. 신종 플루로 의심되는 폐렴과 에이(A)형 간염으로 각각 서울 이대목동병원과 상계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수험생 2명도 이날 오전 병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 가운데 간염을 앓는 수험생은 1교시가 끝난 직후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영 김민경 이경미 기자 minyoung@hani.co.kr
▶ 2010학년도 대학수능 문제지·정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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