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또 틀린다”며 해결 방법을 얻기 위해 인터넷에 고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답 반복’을 해결해 달라며 요청한 글들의 목록이다.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반복되는 오답 원인은 잘못 이해했던 지식 때문
답만 확인하지 말고 다시 풀면서 오류 찾아내야
반복되는 오답 원인은 잘못 이해했던 지식 때문
답만 확인하지 말고 다시 풀면서 오류 찾아내야
“틀렸던 문제, 다음에 봐도 또 틀립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간 것 같은데, 표시해 놓고 한 바퀴 돌아 그 문제를 풀면, 또 틀립니다. 비법이나 방법이 없을까요?”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chlqn****’란 아이디를 쓰는 학생이 올린 질문이다. 학습 관련 사이트에는 비슷한 질문이 꾸준히 올라온다.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틀린 문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공부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게 중학생들이다. 그런데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틀렸던 문제’까지 괴롭히니 머리가 아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학부모인 이상호(39)씨는 “아이가 틀린 문제를 학원에서 배운 뒤에 집에서 다시 풀게 하면 ‘3분의 1’ 정도는 다시 틀린다”며 “왜 그런지 알 수 없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를 했다고 하는데도 다시 풀 때 맞는 문제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임웅 한국교원대 교수는 “잘못된 지식이나 경험을 옳다고 믿게 되면 ‘오개념’이 생기는데,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고치더라도 시험과 같이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또다시 틀린다”며 “‘잘못 자리잡은 지식’이 반복된 오답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연세대 교수도 “지식의 핵심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문제풀이 기술만 익힌 아이들은 문제 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지식을 습득할 때 정확한 개념을 바탕으로 올바른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강예희(서울 창일중1)양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양은 “틀린 문제를 표시한 뒤 해답지를 보면 다 이해가 되기 때문에 굳이 다시 풀어보진 않았는데, 하루만 지나 다시 보면 또 틀린다”며 “그러다 보니 문제는 많이 푸는데 실제 시험에선 만족스런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강양의 어머니 정선진(41)씨도 “예희는 틀린 문제를 점검하는 게 좀 약해 보인다”며 “틀린 문제를 꼼꼼히 다시 보며, 잘못된 점을 찾아 고쳐야 하는데, 답만 확인하고 다시 풀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예희양의 언니 도희(서울 창일중3)양은 틀린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동생과 달랐다. 도희양은 “한 번 틀린 문제는 다음에 잘 틀리지 않는 편”이라며 “수학의 경우 설명을 듣거나 해답을 참고해 이해한 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풀어본다”고 했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라는 말처럼 ‘오답 반복’의 문제 역시 틀린 문제를 다시 풀면서 해결해야 한다. 임 교수는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못 적용한 지식을 찾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답만 확인하거나 해답을 이해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다시 풀어도 또 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도희양은 “틀린 문제를 다시 풀다 보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아주 사소하게 잘못 알았던 내용 때문에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며 수학문제를 풀었던 예를 들었다.
“삼각형에 관한 문제를 풀 때 ‘제일 긴 변의 길이는 나머지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짧다’는 내용을 몰랐어요. 그냥 직관적으로 ‘두 변의 길이를 합해도 제일 긴 변보다 짧을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인강’으로 해설을 봤더니, ‘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 관계’를 ‘두 점 사이의 거리 관계’를 예로 들어 ‘직접 가는 것과 한 점을 거쳐 가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해주더라고요. 그걸 듣고 이해가 잘됐어요. 그 뒤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어보니까 내가 잘못 풀었던 지점들이 확실하게 보이더라고요.” 도희양은 틀린 문제를 다시 풀면서 자신이 잘못 이해했던 개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충분히 이해한 뒤 다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오개념’을 찾아내 해결한 것이다.
어머니 정씨는 “도희가 1학년 때는 예희와 학습방법이 비슷했는데, 아마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은 것 같다”며 대견해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다시 푸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문제를 푼 과정을 말로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는 “말로 설명하는 과정은 스스로 잘못 적용한 개념을 찾거나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생각의 연결고리 가운데 잘못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식은 아무리 반복해도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오개념’을 파내고 ‘올바른 개념’으로 대체해야 기억도 올바르게 저장되며 공부도 재미있어진다. 반복 횟수보단 지식의 습득 과정과 기억끼리의 올바른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를 또다시 틀리는 일도 없고, 비슷한 문제들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을 것이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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