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1차 ‘외국어 우수자’ 정원 최대80%↑
합격생 40~50%가 외고생…“특혜” 비판
합격생 40~50%가 외고생…“특혜” 비판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들이 지난 9~10월 실시한 2010학년도 수시 1차 모집에서 외국어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형의 합격생 가운데 40~50%는 외고생이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18일 공개한 ‘서울 주요 4개 사립대의 2010학년도 수시1차 특별전형 합격자 현황’ 자료를 보면,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의 모집정원은 200명으로 지난해(115명)보다 74% 늘었다. 연세대는 지난해 275명이었던 ‘글로벌리더’ 전형의 정원을 올해 496명으로 80%나 늘렸다. 성균관대 역시 ‘글로벌리더’ 선발인원을 지난해 209명에서 올해 230명으로 10% 늘렸으며, 서강대는 ‘알바트로스’ 전형을 66명에서 82명으로 24% 늘렸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이 외고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고려대는 토플(IBT 110, CBT 270, PBT 637점) 또는 텝스 875점, 미국 대학과목 선이수(AP) 3과목 성적 제출자에 한해 지원을 허용했다. 연세대 역시 외국어 교과의 이수단위 합계가 58단위 이상인 자, 2개 이상의 언어에 관한 공인성적을 가진 자로 지원을 제한했다. 성균관대와 서강대도 고려대와 비슷한 공인 영어성적을 요구했다.
일반 고교는 이수할 수 있는 외국어 교과가 영어 34단위, 제2외국어 4단위 정도에 불과해 외국어 교과 58단위 이수 조건을 충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칼리지보드가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성적을 제출할 수 있는 대학과목 선이수 과목의 경우, 유학 준비생이 많은 외고는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대비가 가능하지만, 일반 학교에선 별도의 고액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점수를 따기가 어렵다.
실제 이 전형의 합격자 가운데 외고생 비율은 40~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200명 가운데 52.5%인 105명이, 연세대는 496명 가운데 41.3%인 205명이, 성균관대는 230명 가운데 41.7%인 96명이, 서강대는 82명 가운데 36명인 41.7%가 외고생이었다. 올해 전국 고3 학생 63만4000여명 가운데 외고생은 8411명으로 1.3%에 불과하다.
권 의원은 “주요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정원의 50~70%를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등 수능 비중을 높여 내신이 불리한 외고생들을 적극 배려하면서 수시에서조차 외고생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을 늘리는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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