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추천하는 ‘동아리 수업’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폐쇄 위기에 몰렸다가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거듭난 곳이다. <창조적 디자인 경영>에서는 그 비결로 30년 동안 사육사들 사이에 지속해 온 ‘학습회’를 꼽는다. 김병선 인덕원고 교사가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한테 학습동아리를 추천하는 이유다. “아이디어는 사소한 것에서 나오고 여럿이 합치면 아이디어는 샘물처럼 끝없이 솟아올라요. 협동학습의 선행연구들을 봐도 모여서 공부하면 혼자 공부할 때보다 많게는 4배까지 학습 효율이 오르죠.” 기말고사 대비를 위한 학습동아리 조직의 노하우를 협동학습연구회(www.cooper.co.kr)에 속한 교사들한테 들었다.
기말고사 대비에 학습동아리가 필요한 이유는 뭣보다 ‘상습적인 오답’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백수연 서울 중암중 교사는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원에 다니는데도 시험을 못 보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자꾸만 틀리기 때문”이라며 “거기서 자기 한계가 생기는데 자기 혼자 공부해서는 한계를 알아차리기도 힘들고 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남이형 부곡중 교사는 “여럿이 같이 공부하면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다”며 “특히 영어 문법은 제각각 이해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같이 공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학습동아리는 상위권 학생보다 중하위권 학생들한테 유용하다. 장슬기 안산 동산고 교사는 “전교에서 300~500등 정도 하는 중3 학생 4명이 6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 스터디그룹을 운영하더니 졸업할 때 전교 7등, 14등, 70등, 100등으로 크게 성적이 오르더라”며 “상위권 학생들은 당장의 시험 대비보다는 일본 공대 입학 시험을 준비하거나 논술 토론을 하면서 심화 학습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학습동아리를 꾸릴 때는 시험 때까지 몇 번을 만나고, 만날 때마다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게 먼저다. 시험 전까지 4번을 만나는데 첫번째는 요점 정리, 두번째는 유형 정리, 세번째는 문제 풀이, 네번째는 모의시험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또래들이 모이면 자칫 노는 분위기로 흐를 수가 있으니 왜 모였는지, 모임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그런 뒤에 역할 분배를 한다. 백수연 교사는 “교사의 수업에서 시험 예상 문제를 기막히게 잘 뽑아내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예상문제를 만들어 오도록 하면 된다”며 “각자의 특기나 장기를 살려서 역할을 분배하면 좋다”고 말했다.
모여서 함께 공부할 때는 플래시카드, 짝 점검 등 협동학습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플래시카드는 앞에는 단어나 공식, 개념, 문제를 쓰고 뒤에는 뜻이나 답을 적어 친구들과 문답을 하기 좋다. 남이형 교사는 “친구를 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문제를 낸 친구가 이런저런 힌트를 주는데 그 과정에서 풀이 과정을 정확하게 숙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짝 점검은 서로 풀이 과정을 확인해주는 것인데 풀이 과정을 반드시 적어야 하는 서술형 문제를 대비할 때 좋다.
학습동아리를 하는 학생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반드시 혼자 하는 공부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백수연 교사는 “학습동아리에서 문제를 풀기 전에 혼자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개별적인 자기주도학습이 일어나야 함께 모여 공부할 때 능률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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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동아리 운영 방식
1. 개별적인 학습이 우선되어야만 모둠활동이 가능하다. 특정 과목을 먼저 공부한다.
2. 단순한 개념을 암기할 때는 ‘플래시카드’를 활용하고, 분량이 많거나 서술적인 개념은 두 명씩 짝이 되어 서로 풀이 과정이나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는 ‘짝 점검’의 방법을 쓴다.
3. 문제집을 푸는 등의 사고력이나 이해력이 필요한 공부를 함께 할 때는 한 명씩 나와 칠판에 풀이 과정을 적으며 설명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친구의 설명이 옳은지 그른지 꼼꼼히 확인한다.
제공: 장슬기 안산 동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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