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위탁을 받아 외국어고 개편 방안을 연구해온 박부권 동국대 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외고 제도개선 시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부 ‘외고 개편안’ 뜯어보니
정원 축소·일반고 전환 등 받아들이기 어려워
국제고로 바뀔 가능성 높아…“사교육 폭증”
정원 축소·일반고 전환 등 받아들이기 어려워
국제고로 바뀔 가능성 높아…“사교육 폭증”
2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외고 개편안’은 그동안 사교육의 원인으로 지목된 외고의 ‘선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알맹이가 빠진 방안이라는 것이 교육운동단체들의 지적이다. 교육운동단체들은 이미 입시 명문고로 변질된 외고를 폐지하고, 국제고를 뺀 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일반계고 가운데 하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학생 수 줄여 정상화?
외고를 존속시키는 제1안이 확정될 경우, 고난도 영어듣기평가와 교과형 면접을 통해 성적 우수 학생을 뽑아 온 외고의 선발방식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외고 개편안’ 연구 책임자인 박부권 동국대 교수는 대안으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되레 학생들의 부담과 사교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숙자 정책위원장은 “외고가 성적이 뛰어난 학생 선발에만 집착하는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 내신은 물론 외국 체류 경험이나 외국어능력까지 두루 고려해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며 “이 경우 입학사정관제 대비 사교육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고 학생 수를 줄여 외고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천 부소장은 “외고는 그동안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 대학 입시 실적을 높이는 데에만 골몰하는 등 설립 취지가 이미 퇴색했다”며 “학생 수를 줄이면 설립 목적에 맞는 학교가 될 것이란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외고 교장들은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원호 서울 대원외고 교장은 “대부분 사립인 외고의 학생 수를 5분의 1로 줄이면 운영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국가가 모든 재정을 지원한다면 모를까, 생각해 볼 여지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 외고 교장단협의회’는 다음달 1일 서울 이화외고에서 임시 긴급총회를 열어, 외고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 외고와 국제고는 ‘쌍생아’
1안과 2안 모두 외고가 자율형사립고·국제고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려면 학생 납입금의 5%에 이르는 법정전입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외고가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외고들은 국제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맹강렬 서울 명덕외고 교장은 “국제고는 외고와 교육과정 등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환을 할 경우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고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입시에서 내신성적은 물론 영어시험과 구술면접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외고 못지않게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국제고가 요구하는 입학요건을 충족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입학 뒤 적응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이미 졸업생을 배출한 청심국제고와 부산국제고는 학생의 60~70%를 외국 대학과 서울·연세·고려대에 합격시키는 또하나의 입시 명문고로, 외고와 별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1안과 2안 모두 외고가 자율형사립고·국제고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려면 학생 납입금의 5%에 이르는 법정전입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외고가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외고들은 국제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맹강렬 서울 명덕외고 교장은 “국제고는 외고와 교육과정 등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환을 할 경우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고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입시에서 내신성적은 물론 영어시험과 구술면접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외고 못지않게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국제고가 요구하는 입학요건을 충족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입학 뒤 적응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이미 졸업생을 배출한 청심국제고와 부산국제고는 학생의 60~70%를 외국 대학과 서울·연세·고려대에 합격시키는 또하나의 입시 명문고로, 외고와 별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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