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 후보쪽 “미리 개봉한 흔적 발견”
도청 음성파일 증거 제시…총학, 개표 연기
도청 음성파일 증거 제시…총학, 개표 연기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에 투표함을 몰래 열어봤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더구나 의혹을 제기한 후보 쪽은 선관위실을 도청한 뒤 그 음성 파일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임아무개 총학생회장 후보 쪽 학생들은 26일, 이날 선거 개표일 맞아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투표함 일부가 미리 개봉된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선관위원들이 투표함을 미리 열어본 것으로 의심될 만한 녹음 파일(2박3일 분량)을 한 학내언론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학내언론은 이날 음성파일의 주요내용은 학내 게시판에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38대 25대, 22대…”이라며 표를 세는 듯한 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인물은 또, “완패다, 완패”라고도 말했다.
이 사실이 학내에 알려지면서 학교 게시판은 “선관위 사퇴해라”, “감청까지 했다니 부끄럽다” 등 양쪽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게시판에 “대학 와서 처음 경험하는 선거인데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정치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필명을 숨긴 한 학생은 “도청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해당 후보에 대한 엄격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총학생회는 긴급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개표를 연기하고 재투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25일 치러진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는 모두 5명이 후보자들이 출마했지만,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매우 낮아 한 차례 선거기간을 연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거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아무개(22)씨는 “올해 선거가 유독 인기가 없고,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암중모색 같은 상황이었다”며 “선관위의 운영방식에 대해 후보자들 쪽에서 불만이 제기돼 선거 과정 자체도 불안하게 진행됐는데 결국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박아무개 선관위원장(현 총학생회장)은 “누구나 선거에 관한 예측은 한다. 그런 맥락에서 했던 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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