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논란속 국무회의 통과
국유재산 무상양여·지원금 등 그대로 담겨
국유재산 무상양여·지원금 등 그대로 담겨
국립대인 서울대를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울대는 이르면 2011년 3월부터 독립 법인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이 제정안은 법인화 이후에도 서울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 등을 무상으로 넘겨주고, 정부가 재정 지원금을 출연하는 등 특혜 시비가 일었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다른 국립대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가 ‘과도한 재정 지원’ 등을 이유로 부정적 태도를 보였는데도 서울대 요구가 100% 수용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서울대 ‘세종시 제2캠퍼스’ 설립과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제정안에는 △서울대가 보유·관리하던 국·공유 재산 및 물품 무상 양도 △이후로도 서울대가 필요로 할 경우, 국·공유 재산 및 물품 무상 대부·사용 △연구·교육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수익사업 허용 △각종 세제 혜택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국가가 서울대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매년 지원금을 출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들 조항은 서울대가 법인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서울대는 지금도 다른 국립대에 견줘 두 배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보유 재산도 다른 국립대의 최대 7배에 이른다. 올해 정부의 7개 국립대 재정지원 사업 예산 5540억원 중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몫은 807억원으로, 전체의 14.6%를 차지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부산대 420억원(7.6%)의 2배 가까운 규모다. 또 서울대가 보유한 재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3조1640억원으로, 전남대(1조2006억원), 경북대(9588억원), 충남대(8362억원) 등 세 곳을 더한 것보다 많다.
김광렬 전국국공립대교수연합회 상임회장(충북대 환경공학과)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재정부는 다른 국립대도 법인으로 갈 때 서울대 수준의 지원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확답을 피하고 있다”며 “서울대는 국립대 균형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기득권만 챙기고, 교육당국은 이에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재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그동안 서울대 법인화안에 부정적인 뜻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서울대의 요구를 수용했고, 이 때문에 세종시 제2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서울대와 정부의 거래설이 여전한 상태다. 송경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다른 대학과 견줄 수 없는 특혜를 포함하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가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은 정부가 서울대와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 교육이 정치적 이해에 휘둘린 사례”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서울대 법인화’ 전환 지원금으로 269억원을 새로 배정한 것도 이런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서울대 법인화는 지난 정권 때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사안으로, 세종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유선희 이경미 기자 duck@hani.co.kr
유선희 이경미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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