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부가 10일 확정해 발표한 외국어고교 개편안에 대해 공립 쪽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사립 쪽에서는 반발 기류가 강했다.
학교 규모를 줄여 존속하거나 아니면 국제고나 자율형 학교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편안이 공립의 입장에서는 교육여건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사립의 경우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수원외고(공립) 김영익 교장은 "학생 수가 줄고 교육과정이 외국어 중심으로 개편되면 외국어에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진학해 학교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고 우수 학생의 쏠림현상도 자연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해외고(공립) 김영철 교장은 "전반적으로 외고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방향을 잘 정한 것 같다"고 했고 전북외고(공립) 김두삼 교감은 "외고의 학년별 학급수는 8∼10개가 적정하다"며 개편안에 공감했다.
공립외고 교장 가운데 교과부의 기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동두천외고(공립) 김윤수 교장은 "학교 규모를 줄이거나 국제고로 전환하는 것 모두 고려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입시과열 문제를 학생선발권을 제한해 해결하려는 발상이 옳은 것인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외고(공립) 고창근 교장은 교과부의 방안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예산 등에서는 일부 어려움을 예상했다.
고 교장은 "현재 25명인 학급당 학생 수를 과학고 수준인 20명 미만으로 조정하고 학생 선발도 내신성적으로 하고 입학사정관제를 점차 도입하겠다"면서 "그러나 예산 문제와 함께 교사의 잦은 이동에 따른 전문성 미흡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충북도교육청 임기혁 장학관은 "청주외고를 비롯한 지방 공립들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몰린 수도권의 유명 외고들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사립들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게 되면 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학생수 감축이 오히려 과열경쟁을 불러온다는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학생 선발권 제한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게 되는 점과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반대 이유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사립외고 교장은 "학급수를 줄이면 재정적으로 학교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고 다른 사립외고 교감은 "외국어 과목의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거나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인천외고(사립) 강인수 교장은 "국제고나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며 "교육 문제를 정치 논리를 풀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경남외고(사립) 전병철 교장은 "외고 개편 논의가 사교육비 절감 방안으로 시작된 것인데 인원수를 줄이게 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 오히려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립 교장들도 "교육과정을 외국어 중심으로 개편하게 되면 진학지도에 문제가 생겨 외고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거나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창선 김경태 윤우용 김지선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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