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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무작정 외우기? 암기에도 요령이 있다

등록 2009-12-13 15:27

기억의 원리를 알면 암기가 쉬워진다. 사진은 코엑스에서 열린 ‘몸속 체험전’.  <한겨레> 자료사진
기억의 원리를 알면 암기가 쉬워진다. 사진은 코엑스에서 열린 ‘몸속 체험전’.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체계적 분류·배열 ‘기억의 구조화’가 핵심
암송·노래·앞글자따기 등 ‘나만의 비법’도
‘암기’, 학습자에겐 괴롭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습득한 지식을 적절한 때에 쓰기 위해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는 이해에서 시작해 암기로 완성해야 한다는 이치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용은 복잡해지고, 외워야 할 것도 많아진다. 그래서 학생들은 ‘효율적 암기법’에 관심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서점에선 ‘암기의 ○○’, ‘○○○○ 암기법’과 같이 ‘기억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서는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가 기억되는 원리를 알고 암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억의 원리’를 알고, 자신에게 맞는 암기법을 적용하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억의 원리란 무엇일까? <공부방법을 알면 성적이 보인다>를 쓴 신붕섭 나사렛대 교수는 기억의 원리를 ‘감각기억→단기기억→장기기억’의 3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단기기억은 머릿속에 20~30초 정도 머무르는 정보를 가리키며, 장기기억은 우리가 보통 ‘기억했다’라고 말할 때의 것으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억’을 가리킨다. 신 교수는 “보고, 듣고, 느끼고, 만져보는 모든 것은 ‘감각 저장고’에 들어가는데, 1초도 지속되지 않는 기억이지만, 중요한 것을 선별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여기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 지식은 ‘단기기억 저장고’로 넘어가고, 학습자의 특별한 노력에 의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암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기억의 원리를 모르고 무작정 외우기 때문에 힘은 힘대로 들고, 외운 내용 또한 쉽게 잊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실망하게 되고, 암기를 귀찮아하고 싫어하게 된다. 신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경우”라며 “저장해야 할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조직적으로 배열하는 암기법을 익혀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 교수는 이 과정을 ‘지식의 구조화’라고 하며 “서로 친숙하고 관련된 자극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기억해야 할 정보를 어떤 속성을 기준으로 하여 집단화·범주화·위계화하는 과정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옷을 정리할 때 종류나 계절에 따라 차곡차곡 정리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찾기 쉽지만 한꺼번에 쑤셔 넣으면 찾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의 기억도 처음에 입력할 때 정리를 잘해놔야 시험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쉽게 꺼내 쓸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암기법’의 핵심은 기억을 구조화하는 데 있다. 구조화된 지식은 ‘저장’과 ‘인출’이 쉽기 때문이다.

기억의 원리를 파악하고 올바른 암기법을 활용하는 아이들은 성적도 좋게 나온다. 김채윤(수원천천중2)양은 기억을 구조화하는 방식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암기할 내용을 소주제별로 요약·정리한 뒤 관련 내용끼리 묶은 뒤 세부 내용을 적는 방식의 공부법을 쓰고 있었다. 또 김양은 핵심 단어를 기억의 단서로 이용해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이때 처음 정리했던 소주제들을 연결시켜 대주제를 엮거나, ‘주제와 세부내용 사이의 종적 관계’를 고려해 인과관계를 따지며 재구조화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이예은(2년)양도 중요한 내용을 쓰면서 정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정리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이 말한다”며 “이해를 조금 늦게 하는 편이라 암기를 먼저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하면 이해가 훨씬 잘 된다”며 오감을 이용해 지식을 구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교수 역시 암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는데, “암송은 정보를 반복적으로 되뇜으로써 20초 이상 그 정보를 단기기억 속에 붙들어 놓는 것으로 장기기억 속에 들어 있는 다른 정보와 결합시킴으로써 기억을 구조화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기억의 원리만 안다고 해서 저절로 암기하진 못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만능암기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학습성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양은 리듬에 맞춰 외우는 방식을 선호했는데 “단어를 외울 땐 노래를 부르듯이 박자를 맞춰 암기한다”며 “나만의 박자를 흥얼흥얼거리며 외우면 시험이 끝난 뒤에도 기억이 오래간다”고 밝혔다. 김양도 앞 글자를 따서 외우는 방식을 암기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법의 특징인 공유성, 학습성, 변동성, 전체성, 축적성의 앞 단어를 따서 ‘공학변전축’이라 외운다”며 “비슷한 주제 밑에 비슷한 세부 내용이 있어 헷갈릴 땐 따로따로 외우는 것보다 암기한 지식을 연결할 수 있어 잘 외워진다”고 밝혔다. 김양은 이 밖에도 단어나 숫자를 조합해 이야기를 만들어 외우는 등 다양한 자기만의 암기법을 쓰고 있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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