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바나나 10개를 사서 3명이 1개씩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천천히 먹자.” 철수: “그럼, 나머지는 7! 엄마, 그럼 3명이 2개씩 나누어 먹으면 3÷2라고 하는 거지요?” 엄마: “뭐라고? 거기서 왜 나누기를 하니? 곱하기를 해야지.” 철수: “‘나누어 먹고’라고 했으니까 나누기 아니에요? 어제 ‘과자 10개를 5명이 나누어 먹으려고 한다. 한 사람은 몇 개씩 먹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풀 때도 10÷5라고 했잖아요.” 사과 10개 3명이 나눠먹는다면 10÷3=3…1 3개씩 먹고 한개가 남아요
과자 10개 4명이 1개씩 나눠먹으면 10-4=6 6개 과자가 남지요 나머지의 조건=수학적인 의미의 ‘나머지’는, 정수 a를 정수 b로 나누어 정수인 몫 q을 구하고 남은 수 r을 말한다(a÷b=q…r). 언뜻 생각하기에는 10개의 바나나 중에서 7개가 남았으므로 철수처럼 “10 나누기 3의 몫은 1이고 나머지는 7”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보면 이런 표현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수학에서의 ‘나머지’는 이와 달리 상당히 제한적인데, ‘나머지는 반드시 나누는 수보다 작아야 한다(0≤r〈b)’는 조건 때문이다. 따라서 10을 3으로 나눈다면 최대 몫인 3을 ‘몫’이라 하고, 이때 남은 수 1만 ‘나머지’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10을 5로 나누면 몫은 2이고 나머지는 0이다. ‘나누어 주다’에 대한 혼란=철수처럼 ‘3명이 2개씩 나누어 먹으면’을 3÷2라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도 있다. 또 “10개의 과자를 7명에게 1개씩 나누어 주면 몇 개가 남는가?” 하는 문제는 나눗셈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뺄셈(10-7)으로 답을 구할 수 있지만, ‘나누어 준다’는 말에 집착해서 어떻게 식을 세워야 할지 몰라 문제를 못 푸는 경우도 있다. 초등 수학의 문장제 문제는 아이들의 일상생활과 가까운 소재로 만들어지므로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풀 수 있다. 하지만 “‘모두’라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덧셈, ‘나누어 준다’가 나오면 무조건 나눗셈”이라는 식으로 특정 어휘와 연산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려고만 한다면, 문제 속의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같은 단어지만 제한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같은 표현이지만 다른 연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강미선/〈초등수학놀이북〉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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