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남자 아이인데요,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거든요. 그런데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쓸 게 너무 많아서 못 쓰겠다고 합니다.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제대로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학부모와 이런 내용으로 상담했습니다. “아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보시겠어요?” “아무거나 읽어요. 고사 성어, 인체에 관한 것 등 책이 눈에만 뜨이면 읽어요.” “아이에게 어떤 책을 주로 사 주셨는지요?” “뭐, 공부에 도움 되는 것 사 주었지요. 과학 전집, 위인전, 학습 백과 ….” 이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주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을 사 주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는 것은 많은데 체계 없는 지식 교육이 앞서 있는 편이었습니다.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질서를 세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자기 나이에 맞는 지식을 습득하고, 둘레의 다양한 삶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지요.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이면 지식 교육보다 정서 교육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다양한 호기심과 다양한 감성을 자극해 주어야 하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 나이이거든요. 어떤 경험이든 나이에 맞는 경험, 특히 자기 자신으로부터 점점 범위를 넓혀 가면서 사고의 폭도 넓혀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내 이야기 같다, 나도 그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이 생기는 거지요. 그런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생각하게 되고 그때 상상력과 호기심을 발휘해 자신이 생각을 펼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사 성어나 인체에 관한 것, 위인전 같은 책보다는 옛이야기나 생활 동화 등이 아이의 공감을 사기 쉬운 책입니다.
지금 독후감을 잘 못 쓰는 문제보다 아이가 나이에 맞는 책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의 질서를 세울 수 있도록 나이에 맞는 책을 읽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weulye@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