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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ㄱ, ㄴ, ㄷ…그림 속 생각여행

등록 2005-06-05 17:41

책을 만들 때 표지 작업을 하거나, 본문 작업을 하면서 어울리는 글꼴을 찾다가도 괜스레 글자 모양새 때문에 글꼴이 멋지지가 않다,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타박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 〈생각하는 ㄱㄴㄷ〉(논장)을 보고는 꽁꽁 감추어져 있던 부끄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나도 모르게 글자를 읽고 쓰는, 그로부터 소통을 하는 일차적인 기능에만 익숙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만드는 책에서 아이들이 이 글자를 얼마나 잘 읽을 것인가, 이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이해할 것인가에만 생각을 모으고 있었지, 이 글자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그릴 수 있을 것인가, 곧 상상할 것인지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숲을 이루고 것은 나무이고 나무가 있어야 숲도 있다는 것을 정작 내가 하는 일에서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냥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는 것들 속에도 우리말 자음은 수십 개가 있을 수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것들에 기대어서도 멋진 우리 닿소리가 형상화될 수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으려는 ㄷ에 대한 페이지를 보자. ㄷ을 생각하면, 상상하면 그려낼 수 있는 이미지가 8개가 그려져 있다. 잠자리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소년이 그려내는 ㄷ의 서정성부터 ㄷ자로 땅속을 파고들어가고 있는 두더지의 유머러스함까지, 홍당무를 들고 있는 토끼의 능청스러운 표정에서 외롭게 빛을 드리우는 등대의 풍경까지 …. 그러다 보면 ㄷ이라는 닿소리 하나로 그릴 수 있는 세계는 끝이 없을 것 같다.

ㄱ에는 털실뭉치를 쫓고 있는 고양이의 장난끼가 있고, ㄴ에는 햇빛에 녹고 있는 눈사람의 눈물이 있다. 회화적인 느낌 때문에 너무 무거운 책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주입식의 글자 배우기 책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글자를 보고, 생활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기쁨을 안긴다. 한글 자음을 다 익히고 나면 천덕꾸러기가 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곁에 두고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내내 같이 있을 상상력의 창고 같은 책이다.

김문정/시공주니어 편집팀장 kmoon@sigong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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