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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현장학습 가서도 선생님과 접속해요

등록 2005-06-05 18:38수정 2005-06-05 18:38

휴대용 무선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든 ‘열린 공부’

“어린이날 유래 찾았어. 이거 쓰자.”

“아냐 그걸론 부족해. 방정환 선생님 글부터 찾아 읽어야 할 것 같아.”

“우리 이번에는 파워포인트로 리포트 작성하자.”

‘태블릿 피시’로 자료찾고 보고서 쓰고 발표까지

지난달 26일 인천 부평구 부평1동 부원중학교 1학년 8반.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책상마다 태블릿 피시(초소형 개인용 컴퓨터)가 놓여 있고 아이들은 6명씩 한 모둠을 이뤄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른바 ‘프로젝트 수업’. 모둠별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날 가운데 하나의 주제를 잡아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발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료 검색, 보고서 제작, 발표 등 세 가지로 역할을 나눈 뒤 태블릿 피시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교과서를 읽고 해석하고, 새로 나온 단어·숙어를 공부하는 기존의 영어 수업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스스로 영어 사이트를 검색해서 자료를 찾으면서 영어 공부를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어사전 사이트에서 찾아보죠. 해석이 막히면 친구들끼리 토론하고 그래도 안 되면 메신저로 선생님께 물어봐요. 한번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나면 영어 실력이 크게 느는 것 같아요.”(최민규·13)

부원중이 태블릿 피시를 이용해 수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초. 교육인적자원부 유러닝(ubiquitous learning) 시범학교에 선정돼 50대의 태블릿 피시와 14대의 무선 인터넷 수신기 등을 지원받았다. 50대로 전교생이 다 쓸 수 없어 일단 1학년 8반에서 이용하고 있다.

▲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동 부원중에서 1학년 8반 학생들이 태블릿 피시를 이용해 정미순 교사와 함께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
“병원에 누워서도 교실수업 들을 수 있어”

태블릿 피시를 활용한 수업은 기존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과는 크게 다르다. 피디에이(PDA·휴대용 개인 단말기)처럼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기 때문에 우선 공간 제약이 없다. 운동장에서든 집에서든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전국에 약 2만개의 무선 인터넷 접속 포인트가 있어, 단말기만 있다면 수능 방송을 듣거나 에듀넷(edunet.net)·꿀맛닷컴(kkulmat.com) 등에서 사이버 가정학습을 할 수 있다. 심지어 몸이 아파 병원에 있어도 태블릿 피시만 있으면 교실에서 하는 수업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정보부장 오재견 교사는 “교실 수업이 실시간으로 중계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이 어떤 내용의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곧바로 알 수 있고, 음성 메신저나 이메일로 질문하고 답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교실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제 제출이나 시험도 모두 태블릿 피시로 가능하다. 어떤 곳을 방문한 뒤 소감을 써 내는 과제도 현장을 둘러보고 난 뒤 즉석에서 태블릿 피시로 작성해 띄울 수 있다. 모둠 구성원별로 구실을 나눠 서로 다른 곳에서 숙제를 하더라도, 서로 작업 진척도를 확인하고 토론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편리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쪽지 시험 등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치른다. 시험이 끝나면 자동으로 채점이 된다.

부원중은 태블릿 피시를 이용한 이러닝(e-learning) 수업을 주로 영어와 과학 두 과목에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영어는 태블릿 피시 수업이 아주 효율적이라는 게 영어를 가르치는 정미순(40) 교사의 설명이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무수한 자료가 내용이 한정된 교과서보다 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고, 듣기·읽기·쓰기·말하기 등 네 영역의 학습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읽기 숙제는 집에 가서 자기 음성을 녹음해서 올린 뒤 수업 시간에 교사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들어 보고 교정한다. 쓰기도 글을 작성해 올리면 동료들이 댓글을 달면서 서로 수정도 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된다. 정 교사는 “더 많이 읽고 듣고 쓰고 말하는, 언어 공부의 본령을 실현하기에 유러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비용·부족한 콘텐츠가 걸림돌

물론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막대한 비용이 문제다. 한 대에 250만원 가량 하는 태블릿 피시 50대의 비용만 1억2500만원. 여기에 수신기 14대, 소프트웨어, 서버, 하드웨어 등을 갖추면 총비용이 3억원을 훌쩍 넘는다. 무선 인터넷 이용료도 한 달에 1천만원 가까이 된다. 현재는 케이티(KT),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모든 학교에 보급된다면 최대 난관이 될 게 틀림없다.

무선 인터넷용 콘텐츠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피디에이를 이용한 이러닝 시범수업을 진행했던 대구 상서여자정보고 정용선 교사는 “피디에이에 맞는 교육용 콘텐츠가 없다 보니 일반 온라인 콘텐츠를 피디에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힘들었다”며 교육 당국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천/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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