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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녀에게 사랑표현 ‘처음 그 마음처럼’

등록 2010-01-17 15:32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지난해 12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다. 대학원에 다니는 딸이 기말 과제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나는 강의 때문에 지방에 내려와 있었다. 저녁에 숙소에 혼자 있는데 문득 몇날 며칠을 고생하고 있는 딸이 생각났다. 위로와 응원의 전화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나서 공부하고 있는 딸을 바꾸어 달라고 했는데 바꾸어주는 중에 전화가 끊겼다.

아내나 딸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겠지 하고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전화가 오지는 않고 자꾸 시간만 흘렀다. ‘바꿔달라고 했는데 연결이 안 되었으면 당연히 딸이 전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살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니까 ‘아빠가 너를 위해 이렇게 마음을 쓰고 있는데 너는 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겠니?’ 하면서 혼자만 짝사랑하는 거 같아 억울한(?) 마음도 들고 무시당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 전화를 걸어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왔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을 키우고 있는 동안 다행스럽게 한편으로 다른 생각이 살짝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지? 내가 왜 전화를 걸었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애인 줄 알면서 내게 전화를 안 건다고 화가 나는 게 맞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자 스스로 정리가 되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딸은 흐뭇해했다. 그러고 보니 내 딸이 크게 예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혹시 예의를 가르쳐야 할 것이 있더라도 지금은 예의를 가르치기보다는 위로와 응원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미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뿌듯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바람직한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상호작용은 바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어떤 대화는 상호작용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 반대의 대화도 있다. 우리들은 자녀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뭔가 표현을 하다가도 자녀의 태도에 따라 마음이 뒤틀리고 비난이나 교육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필요할 때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의 표현과 교육이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우리의 딜레마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처음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아빠의 얘기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중 3인 아들에게 큰돈을 투자해서 최신형 엠피3를 사주었는데 다음날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바로 잃어버렸단다. 집에 의기소침해서 돌아온 아이에게 제 물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라고 야단을 쳤단다. 야단맞은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이런 아이에게 뭘 잘한 게 있어서 눈물이냐고 또 혼내고….

아빠 처지에서는 돈이 아깝고 속도 많이 상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처음 마음이 무엇이었던가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한마디로, 아이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엠피3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처음 마음으로 대한다면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먼저 얼마나 아이가 속상하고 아까워할까 알아주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부모 자신도 속상한데 이렇게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부모 되기가 그리 어려운가 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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