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김윤란, 박혜지, 박주현(사진 왼쪽부터)양이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함께 음악 수업을 받던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재능 있지만 사교육비 부담인 학생들 뽑아
이론·실기 체계적 교육…명문대 입학 잇따라
이론·실기 체계적 교육…명문대 입학 잇따라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예비 음악인 산실로
자녀가 음악·미술에 재능이 있어도 예술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하도록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예체능 입시 과외비 탓이다. 박혜지(19·경북예고)양도 그랬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적 재능도 인정받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피아노를 그만뒀다. ‘고액 개인 레슨→명문대 진학’이 불문율로 굳어 있는 입시 현실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형편으로는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포기하고 방황하던 중학교 3학년 때 뜻밖의 기회가 왔다. 오디션을 거쳐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박양은 매주 수요일 교육원에서 음악이론과 실기수업, 합주연습을 하며 체계적으로 음악공부를 해나갔다. 물론 수업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박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느니까 욕심이 더 생겼다”며 “해마다 교육원 자체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통과하려면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140명에 이르는 음악 교육생 가운데 20명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를 얻어, 지역대학 강사로부터 매주 한차례씩 개인지도도 받았다. 지역 대학의 음대 교수와 강사들이 이른바 ‘입시 레슨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강의료를 받고도 선뜻 학생 지도를 맡아줬다.
“대입 실기시험에서 타악기 3개를 연주해야 하는데, 교육원은 필요한 악기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었다”며 박양은 활짝 웃었다. 박양은 올해 타악 전공으로 서울대 음악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이번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에 합격한 김윤란, 박주현(19·경북예고)양도 교육원에서 박양과 함께 바이올린과 성악을 공부했다.
교육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수와 연주가가 직접 지도해주는 공개 ‘마스터클래스’도 몇 차례 마련했다. 큰돈을 들여 사교육에 목을 매는 학생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이들은 “형편이 안 돼 사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지만, 교육원의 프로그램만 충실히 따라가도 ‘서울레슨’을 받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5년 전 문을 연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는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170여명의 학생들이 방과 후 지도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시교육청 예산 5억여원이 들어간다. 이를 두고 ‘영재교육보다 저소득층 자녀 예술교육에 쓰는 게 낫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우기 대구시 교육청 장학관은 “입시 사교육비 때문에 재능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음악가의 길을 가도록 지원하는 것도 공교육의 몫”이라며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비슷한 형편에서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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