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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들의 인권조례, 당당하게 목소리 내요

등록 2010-02-07 20:49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학생참여단
매일 아침, 교문 앞에 선 학주(‘학생주임’의 줄임말)와 선도부의 눈초리가 무섭다. 잘못한 것 없지만 죄지은 듯한 마음으로 걷는 등굣길. 학생들은 긴장된 마음으로 등교해 학교생활 내내 구속을 받는다. 두발규제부터 야간자율학습, 체벌까지. 문제의식을 느끼는 교사들도 많다. 효자고 심우근 교사는 “왜 교육적이지도 않은 잡다한 규정을 갖고 교사와 학생이 눈을 부라리며 이른 아침부터 맞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문제에도 학교와 학부모, 교육위원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개선의 여지가 없던 학생인권 문제에 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공약에 포함돼 있던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그것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교육청이 주관하지만 사안이 ‘학생인권’인 만큼 학생들의 소리가 반영되도록 자문위원회 산하에 총 400명 규모의 학생참여기획단을 꾸린다. 지난달 24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제2차 공청회에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학생참여기획단(이하 ‘참여단’)을 만났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들의 인권엔 관심이 없죠. 공부에만 바빠 무관심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길들여지고 있잖아요.” 성남 이우고 손유나(17·사진)양의 말이다. 참여단 소속인 손양은 조례 조항 가운데 ‘집회·결사의 조항’을 예로 들며 “참여단 활동 전에는 학생들도 교내에서 학급시간 외에 집회를 열 수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참여단은 네 가지 미션 형태로 조례 제정에 참여한다. 첫째 미션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읽은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조례 제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소감을 쓰는 것, 둘째는 인권 관련 기사를 읽은 뒤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학교인권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세번째 미션은 시민단체, 교육전문가들의 설문조사와 연구용역팀의 조사를 배경으로 만든 인권조례 예시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그리고 마지막 미션은 세 번째 미션 참여단의 의견을 포함한 여러 조사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초안에서 수정했으면 좋을 부분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참여단은 강제야자에 관한 학생의 선택권 보장, 체벌 금지, 두발규제 금지, 학생의 자치활동 보장, 학생의 의견 존중과 표현의 자유 보장, 인권교육 실시 등 여러 가지 의견을 내고 있으며 웹자보, 다음 아고라 서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자문위는 이달 도교육청에 최종안을 제출할 계획이며 도교육위원과 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빠르면 새 학기 시작 전에 조례를 시행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참여단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인권침해 경험이 있고, 여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손양은 “그냥 모두가 당하는 일을 똑같이 당했다”며 “특히 어이없게 양말 색깔 때문에 체벌을 당한 일이 있다”고 했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두발도 규제하고, 말 잘 듣도록 체벌을 강화하죠. 하지만 그런다고 공부를 더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반항만 더 커지고 사제 사이에 불신만 쌓일 뿐이죠. 또 빈부격차를 부른다는 이유로 비싼 돈 들여가며 교복을 입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디카, 엠피(MP)3, 핸드폰 등 모든 물건이 다 마찬가지죠.” 닉네임 ‘공기’로 활동중인 남양주 청학고등학교 한아무개(17)양은 “특히 체벌은 학교가 행하는 가장 비인권적인 행위고, 명확한 경계선과 구분이 없고 오로지 선생의 주관적인 판단만이 있기 때문에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참여기획단에는 400여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학생들을 그리 많지 않다. 손양은 “아직 조례 제정 그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돕고 서명운동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한양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역시 학생 인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의 의견이 제일 중시돼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주용(휘문고 2년) 박지오(상명대부속중 2년)

정현(School Of Tomorrow 3년)


<아하!한겨레> 학생수습기자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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