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추천 가이드라인 알려줬어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사회배려대상자 전형 편법 지원 사태는 교육당국이 애초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높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이 애매모호한 학교장 추천 조건을 제시해 악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지역 자사고인 ㅎ고 교감은 24일 “학교장 추천의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통해 소득을 파악해 일정 소득 이하인 학생에게만 추천서를 써주라는 등의 기준을 제시했더라면 학교가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라며 “아무 기준도 없이 우리에게 학교장 추천서만으로 뽑으라고 하니, 우리가 따로 검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사고인 ㅈ고 교감도 “입학전형 일정이 하루 이틀에 다 끝나는데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교육청이 공지한 자사고 전형일정을 보면,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이 포함된 특별전형의 전형기간은 지난해 12월7~8일 이틀에 불과했다. 미달에 따른 추가모집 역시 같은 달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원서를 받은 뒤 14일 당일에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돼 있다.
시교육청이 입학전형 과정에서 혼선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자사고 교감은 “입학전형 요강을 두고 교육청에서 자사고 교감회의가 열렸을 때 사회배려대상자 전형 정원(20%)을 채우기 어렵다는 교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며 “그때 교육청 담당자가 ‘집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학생이 있을 수 있으니 서류로 확인이 안 돼도 학교장 추천으로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교육청이 미달된 인원을 채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 뒤부터 중학교에서 문의가 올 때 경제적 사정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성적이 상위 40등 안에 드는 입학생 가운데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의 학교장 추천자가 19명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학생들한테 중식 지원을 할 때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처럼 서류로 증명이 안 되는 아이들은 담임 추천으로 무료로 급식을 먹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이렇게 악용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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