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차례대로 〈 달러사인〉, 〈 마릴린〉, 〈 마이클잭슨〉, 〈 제인폰다〉, 〈 은색리즈〉
[문화] 스타가 되고 싶었던 미술가를 찾아서
앤디워홀은 팝 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상업 미술가이기도 했다. 설령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릴린’, ‘달러 사인’ 등 그의 대표적 작품 몇 점을 본다면 그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Pop art의 ‘Pop’은 ‘popular’의 줄임말. 단어의 함의 그대로 일반적인, 꼭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미술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우리가 앤디워홀을 만난 것은 2월 19일 금요일, 서울 시립 미술관이었다. 알려진 명성대로 원색의 강렬한 색채와 그 만이 풍기는 특유의 느낌이 우리를 반겼다.
앤디워홀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돈’과 ‘명성’에 욕심이 컸다고 전해진다.
1981년작 ‘달러사인’은 그의 돈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이 작품은 작품 명 그대로 달러 사인의 모양과 그것을 배경으로 한 에메랄드 빛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에메랄드 빛은 미국에서 통용되는 지폐의 색과 일치한다. 여기서 우리는 앤디워홀의 돈에 대한 신념을 엿 볼 수 있다. 돈뿐만 아니라 명성에도 욕심이 컸던 워홀은 그 자신이 ‘스타’가 되고 싶어했다. 때문인지 ‘스타’로 한 작품을 많이 창출했다. ‘마릴린’, ‘마이클잭슨’, ‘제인 폰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모델로한 ‘은색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상업적인 면에 남달랐던 워홀은, 때문인지 당대의 스타가 죽음에 임박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바로 그 스타를 모델로한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은색리즈>의 탄생비화도 그 일화중 하나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폐렴으로 죽음에 임박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워홀은 바로 그녀를 모델로한 작품을 만들기로 한다. 색채대비가 강하게 느껴지는 다른 작품과 달리 <은색리즈>는 검, 회색이 주를 이룬다. 이것은 여배우가 레드카펫위에 섰을 때, 그녀가 뒤를 보는 순간 수많은 기자가 아름다운 그녀를 향해 셔터를 터트리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셔터가 터지는 ‘반짝’ 하는 순간에 비춰지는 여배우의 아름다움. 워홀은 그것이 여배우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 생각했고, 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현재까지도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은색리즈>는 앤디워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높은 시가를 자랑한다. 그 시가는 약 360억원으로 현재 3점이 있다. <마이클 잭슨> 작품도 2009년 6월 25일 그가 사망한 이후 고액에 책정되어 팔렸다고 전해진다.
앤디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한 가지 그림에 여러 색채를 입혀 다양한 느낌의 작품을 재창출했다. 대표적으로 <꽃>을 꼽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한 이유는 대중들의 다양한 시점을 위해서이다. 관람객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을 선정하여 골라 볼 수 있도록 한, 독자를 위한 워홀만의 Self Service인 것 이다.
그렇다고해서 워홀의 모든 작품이 이렇게 밝은 느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가 특히 ‘스타’를 모델로한 작품에서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것은 TV매체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대 시대정신을 읽고 화려한 조명 밑에 감춰진 가면속의 스타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워홀은 평소에 뉴스를 즐겨봤다고 전해진다. 특히 재난 장면을 염두 해 두었는데 이를 대표로 한 작품은 <앰뷸런스 사고>이다. <앰뷸런스 사고>는 워홀이 뉴스를 시청 하는 도중 영감을 얻고 만든 작품인데, 단순히 사고 장면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고 장면을 보도하는 TV매체를 그린 것 이다. TV미디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과도한 재난 방송이 이어지고, 비단 ‘죽음’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 아니라 ‘죽음을 보여주는’ 미디어를 비판한 것 이다. 죽음을 보여주는 미디어에 대중들이 점차 무감각해져 가고 있음을 꼬집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뒤, 워홀은 자신의 영화의 출현했던 여배우에게 저격을 당하기까지 이른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달았던 경험을 한 워홀은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면서 <두개골>, <전기의자>등 죽음을 주제로 한 어두운 작품을 여러 점 제작한다.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 이다.
앤디워홀 전을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것 이다. “신기했어요. 미술관, 하면 왠지 딱딱한 느낌이 있는데 형광색도 많고.. 예뻤어요.” 최민경 (학생,14). “색상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팝아트가 신선하고 좋았어요.” 장지아 (주부,40)씨. 이번 앤디워홀 전을 관람한 어떤 모녀의 느낌이다. 그 외에도 커플, 외국인, 군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관람했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앤디워홀 전을 관람하며 그가 ‘팝아트를 창시한 위대한 예술가’ 인지 단순히 상업화시대를 제대로 간파한 ‘장사꾼’ 인지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 이다.
따뜻한 봄이 다가온다. 이번 초 봄은 앤디워홀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알록달록하기도, 때론 어둡기도 한 그의 작품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기에 충분 할 것이다.
앤디워홀전은 2010년 4월 4일까지 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 서울시립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김해인 기자
〈꽃〉
〈 워홀은 끔찍한 장면이라도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게되면 감각이 둔화되어 그 내용과 이미지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대중의 심리를 말하고자 했다. 때로는 삶에서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그것은 마치 텔레비전을 보는 것처럼 무감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 앤디워홀 전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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