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허술한’ 자사고 전형, 터질게 터졌다

등록 2010-02-26 19:34수정 2010-02-26 21:19

교과부, 학교장 추천 만들어 학생선발권 용인
자사고, 편법으로 ‘성적우수자 선점’에 악용해
서울교육청도 자격기준 안만들고 방치 ‘일조’
* 자사고 : 자율형사립고
소외계층에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도입한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이 시행 첫해부터 ‘편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애매한 규정으로 악용의 빌미를 제공한 교육당국의 졸속 행정과, 조금이라도 나은 학생을 뽑으려는 자사고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 우수학생 선발 통로로 악용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유발을 우려해 자사고 일반전형에서는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50% 안에 드는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했다. 그러나 모집정원의 20%를 뽑는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선 학교가 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는 “학교가 면접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성적이 나쁘더라도 학생을 뽑으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과부의 기대와 달리, 자사고는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을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는 데 활용했다. 일부 자사고는 중학교를 돌며 “우수한 학생을 보내달라”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고인 ㅎ고에 학교장 추천을 통해 합격했으나 이번에 합격이 취소된 한 학생의 학부모는 “학생회장을 맡았고 내신성적도 상위 3%에 드는 아들을 보고 학교 쪽에서 ‘탐난다. 보내주면 3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말했다.

같은 재단에 자사고가 있는 한 중학교의 교사는 “특수목적고에 가기 애매한 학생들은 내신 관리가 훨씬 유리한 자사고로 오라고 안내했다”며 “자사고가 사회배려대상자 선발권을 최상위권 학생 선발권으로 악용했다”고 꼬집었다.

■ 편법 지원 길 터준 정부 자사고가 이렇게 선발권을 남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배려대상자가 아니어도 학교장 추천을 통해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장 추천을 받는 학생은 별도의 증빙서류가 필요 없었다. 학교장 추천서에도 부모의 직업이나 대강의 소득을 쓰는 공간은 없었다. 김용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위원장은 “이전부터 학교장 추천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교사들 사이에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서류로 증명할 수 없는 ‘사실상의’ 사회배려대상자들을 구제하려고 도입한 제도”라고 해명했지만, 시교육청은 편법 입학 재조사에 나서면서 사회배려대상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애초부터 건강보험료 등 관련 서류로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었는데도 수수방관해 편법 지원의 틈을 열어줬음을 자인한 셈이다.

■ 사회배려대상자 지원체계도 미비 교과부가 자사고에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을 도입한 이유는 ‘귀족학교’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사회배려대상자들이 학교에 입학한 뒤에 필요한 지원 대책은 등록금 말고는 거의 없다.

ㄷ고의 사회배려대상자 전형 합격생 지원 명세를 보면, 기초생활수급자라도 10만원가량의 입학금과 교과서 대금은 학생이 내야 한다. 차차상위계층과 학교장 추천으로 합격한 학생은 수업료의 3분의 1(연간 120만원)과 학교운영지원비(연간 38만원)를 내야 한다.


자사고 쪽은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 20%를 뽑는다는 게 무리여서, 미달 정원을 채우려다 불가피하게 일어난 문제”라고 발뺌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시 중3 학생 가운데 사회배려대상자에 해당하는 학생은 1만3394명으로 13개 자사고 사회배려대상자 전형 모집인원인 992명을 채우고도 남는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들어올 수 있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변명이고, 입학해도 다닐 수 없게 만드는 무대책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